"도미노처럼 와르르"·"닷새마다 1층씩"…붕괴현장 부실·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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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작업자 "속도전에 소장도 자주 교체…숙련도 떨어진 외국인노동자 대부분"
전문가 "콘크리트와 결합하지 못한 철근 노출 양생불량…부실시공·구조취약 정황"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이 거푸집(갱폼·Gang Form) 붕괴와 콘크리트 양생(굳힘) 불량 탓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갱폼'이 무너지면서 외벽 등이 붕괴한 것이 광주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장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 부실시공·취약구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
사고 현장에서는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RCS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시스템 폼)이다.
시스템 폼은 3개 층에 걸쳐 설치되는데, 하층 2개 층이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공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이런 이유 탓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 작업자는 사전 기술과 안전교육을 받을 것 ▲ 설치 전 콘크리트 강도 등을 확인할 것 ▲ 바람의 영향 최소화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안전 지침으로 규정했다.
국토부의 발표대로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이는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의 영향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콘크리트 양생 불량이라는 부실시공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결국 무게를 지탱하는 하부 2개 층의 콘크리트가 겨울철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층을 쌓아 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건물이 순차적으로 붕괴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현장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건물 최상층부인 38층부터 23층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설계 구조상 취약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주상복합 아파트는 흔히 쓰이는 벽식구조가 아닌,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가 없는 기둥과 슬래브(slab) 구조인 '무량판구조'(mushroom construction)로 건설 중이었다.
이에 따라 최상층부에 발생한 충격에 16개 층에 걸쳐 슬래브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도미노처럼 붕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장 작업자의 증언 "닷새마다 1층씩 올린 것으로 추정"
부실시공의 정황은 해당 현장에서 다른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의 목격담으로도 뒷받침된다.
사고가 난 건물의 바로 옆 동에서 공사에 참여한 이 목격자는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닷새마다 1층을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 "해당 공정의 현장소장이 최근 3~4차례 잇따라 바뀌었고, 현장 작업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숙련도가 낮아 거푸집 볼트 조임 등 작업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가량 양생을 거쳐야 한다"며 "닷새마다 1개 층씩 올렸다는 것은 결국 양생이 불량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또 "사고 직후 찍힌 현장 사진을 보면, 구조물이 무너진 자리에 철근이 가시처럼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또한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공사가 진행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부실시공을 암시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광주대 건축학부 송창영 교수는 "해당 공정은 기계적으로 하지 않고 사람이 인력으로 앵커 등 체결해야 해 숙련도가 중요한 작업이다"며 "외국인노동자 등으로 작업자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상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리나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오후에 붕괴가 진행됐다는 것은 결국 오전부터 타설한 콘크리트 무게가 쌓여 붕괴에 영향을 미치고, 부실한 콘크리트 양생이 겹쳐 지지층이 견디지 못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보가 없이 기둥이나 슬래브만으로 된 설계 구조도 도미노처럼 연쇄 붕괴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악천후 탓에 일부 공정은 중단됐다는 작업자 증언도 나왔다.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자재 등을 운반하는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제 바람이 너무 세서 오전 8시쯤 시작한 작업을 2시간 30분 만에 중단하고 내려왔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 현장을 찾아갔더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중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불면 타워크레인 작업은 중단된다"며 "콘크리트 타설 분야 전문 지식은 없어 사고 인과 관계를 논평할 수는 없지만 눈바람이 몰아치고 영하권 추위까지 찾아와 날씨가 매우 나빴다"고 덧붙였다.
◇ 안전관리계획서 반복 재검토 사실 확인…보완 제대로 했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착공 전 수차례에 걸쳐 광주 서구청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보완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의뢰를 받은 국토안전관리원은 '협력업체 미선정'을 이유로 시공사가 세부 계획 제출을 미룬 탓에 '콘크리트 공사' 항목에 대해 보완을 반복적으로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은 ▲ 콘크리트 공사의 안전 시공 계획 및 절차 수립 ▲ RCS의 안전성 계산서 추가 등을 보완하라고 했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된 부분인 RCS와 관련해 ▲ 전체하중, 작업하중, 사용 장비 하중 등 갱폼에 작용하는 하중을 고려 ▲ 지지하는 앵커볼트 및 와이어로프 안전성 검토 ▲ 설치 강도 및 존치 기간에 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결국 시공사 측은 5차례에 걸쳐 보완요청과 재검토를 거쳐 안전관리계획을 승인받았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이유로 자료 제출이 늦어져 재검토가 반복됐지만, 시공 전 문제 없이 안전관리계획이 승인됐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건설 전문가는 "관할 구청은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한 후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안전점검 외에는 현장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안전 계획서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시공 시작 후 감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는 향후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콘크리트와 결합하지 못한 철근 노출 양생불량…부실시공·구조취약 정황"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이 거푸집(갱폼·Gang Form) 붕괴와 콘크리트 양생(굳힘) 불량 탓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갱폼'이 무너지면서 외벽 등이 붕괴한 것이 광주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장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 부실시공·취약구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
사고 현장에서는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RCS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시스템 폼)이다.
시스템 폼은 3개 층에 걸쳐 설치되는데, 하층 2개 층이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공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이런 이유 탓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 작업자는 사전 기술과 안전교육을 받을 것 ▲ 설치 전 콘크리트 강도 등을 확인할 것 ▲ 바람의 영향 최소화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안전 지침으로 규정했다.
국토부의 발표대로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이는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의 영향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콘크리트 양생 불량이라는 부실시공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결국 무게를 지탱하는 하부 2개 층의 콘크리트가 겨울철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층을 쌓아 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건물이 순차적으로 붕괴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현장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건물 최상층부인 38층부터 23층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설계 구조상 취약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주상복합 아파트는 흔히 쓰이는 벽식구조가 아닌,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가 없는 기둥과 슬래브(slab) 구조인 '무량판구조'(mushroom construction)로 건설 중이었다.
이에 따라 최상층부에 발생한 충격에 16개 층에 걸쳐 슬래브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도미노처럼 붕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장 작업자의 증언 "닷새마다 1층씩 올린 것으로 추정"
부실시공의 정황은 해당 현장에서 다른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의 목격담으로도 뒷받침된다.
사고가 난 건물의 바로 옆 동에서 공사에 참여한 이 목격자는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닷새마다 1층을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 "해당 공정의 현장소장이 최근 3~4차례 잇따라 바뀌었고, 현장 작업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숙련도가 낮아 거푸집 볼트 조임 등 작업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가량 양생을 거쳐야 한다"며 "닷새마다 1개 층씩 올렸다는 것은 결국 양생이 불량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또 "사고 직후 찍힌 현장 사진을 보면, 구조물이 무너진 자리에 철근이 가시처럼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또한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공사가 진행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부실시공을 암시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광주대 건축학부 송창영 교수는 "해당 공정은 기계적으로 하지 않고 사람이 인력으로 앵커 등 체결해야 해 숙련도가 중요한 작업이다"며 "외국인노동자 등으로 작업자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상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리나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오후에 붕괴가 진행됐다는 것은 결국 오전부터 타설한 콘크리트 무게가 쌓여 붕괴에 영향을 미치고, 부실한 콘크리트 양생이 겹쳐 지지층이 견디지 못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보가 없이 기둥이나 슬래브만으로 된 설계 구조도 도미노처럼 연쇄 붕괴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악천후 탓에 일부 공정은 중단됐다는 작업자 증언도 나왔다.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자재 등을 운반하는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제 바람이 너무 세서 오전 8시쯤 시작한 작업을 2시간 30분 만에 중단하고 내려왔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 현장을 찾아갔더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중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불면 타워크레인 작업은 중단된다"며 "콘크리트 타설 분야 전문 지식은 없어 사고 인과 관계를 논평할 수는 없지만 눈바람이 몰아치고 영하권 추위까지 찾아와 날씨가 매우 나빴다"고 덧붙였다.
◇ 안전관리계획서 반복 재검토 사실 확인…보완 제대로 했나?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착공 전 수차례에 걸쳐 광주 서구청으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보완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의뢰를 받은 국토안전관리원은 '협력업체 미선정'을 이유로 시공사가 세부 계획 제출을 미룬 탓에 '콘크리트 공사' 항목에 대해 보완을 반복적으로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은 ▲ 콘크리트 공사의 안전 시공 계획 및 절차 수립 ▲ RCS의 안전성 계산서 추가 등을 보완하라고 했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된 부분인 RCS와 관련해 ▲ 전체하중, 작업하중, 사용 장비 하중 등 갱폼에 작용하는 하중을 고려 ▲ 지지하는 앵커볼트 및 와이어로프 안전성 검토 ▲ 설치 강도 및 존치 기간에 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결국 시공사 측은 5차례에 걸쳐 보완요청과 재검토를 거쳐 안전관리계획을 승인받았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이유로 자료 제출이 늦어져 재검토가 반복됐지만, 시공 전 문제 없이 안전관리계획이 승인됐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건설 전문가는 "관할 구청은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한 후 실제 공사가 시작되면, 안전점검 외에는 현장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안전 계획서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시공 시작 후 감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는 향후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