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尹? 고집꺾고 국민속으로…"처칠처럼 국민만 보고 정치"

지하철 인사 앞서 처칠 그린 영화 '다키스트 아워' 언급
갈등 빚던 이준석도 호평…"지하철인사로 자세 낮춘게 반전 시발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개편'을 변곡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이준석 대표와의 소모적인 기싸움을 중단하고, 2030을 중심으로 기동성 있는 선거 조직을 새로 꾸려 전과 180도 다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후보가 선거 전략뿐 아니라 태도까지 근본적으로 바꾼 것 같다"며 "윤석열 시즌2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특유의 '고집'을 꺾고 주변 조언을 귀담아듣기 시작한 점이라고 한다.내부 결재라인 간소화로 다방면의 직보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한 열린 정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게 됐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선대위를 해산하면서 이미 "국민이 저와 다른 부분에 관심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파악해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 후 연단에 서 있지 않고 기자석 가운데로 나와 질의응답을 한 것도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국민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함께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몸소 실천하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 후보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모든 사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당내 내홍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6일 오전 이 대표가 제안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에 나선 게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당시 윤 후보는 밤새 고민한 끝에 여의도역에 나가면서 주변에 "처칠처럼 국민만 보고 정치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맞서 싸울지 평화 협상에 나설지 갈림길에 섰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런던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의 독려로 결사 항전을 결심했다는 일화를 거론한 것이다.

이 일화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한 장면이다.

처칠의 지하철 탑승은 실화가 아닌 영화적 각색으로 알려졌지만, 윤 후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하철 인사를 전후로 한 중진과 통화하면서 "지하철이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는 상징적인 장소 같다"며 "민심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이에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던 이 대표는 닷새 후인 11일 라디오에서 "우리 후보가 지하철 인사를 하면서 자세를 낮춘 게 굉장히, 이런 분위기 반전의 시발점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모처럼의 지지율 반등으로 내부에선 '달라진 윤석열'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저께 신년 기자회견장에 그루터기가 있었다"며 "터닝포인트를 만든 윤 후보가 민생을 회복시키겠다는 이정표로서의 의미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