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외국계 리포트에 '뚝뚝'…누가 담았을까

작년 삼성전자 '매도 리포트' 사태와 달라

개인 홀로 3200억 넘게 카뱅 주식 담아
기준금리 인상, 결국 카뱅에 호재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주가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하나에 크게 휘청이고 있지만,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한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며 매도 리포트를 내놓자 투매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과격하게 조정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드물지 않지만, 이번에는 개인들이 카카오뱅크 주식의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발간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한 뒤 다시 회복한 데 따른 학습효과로 보인다. 13일 오후 2시52분 현재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450원(0.91%) 내린 4만8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는 4만9300원으로, 작년 종가 5만9000원 대비 16.4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28조344억원에서 23조425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일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도'로, 목표주가를 기존 8만2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각각 내렸다. 목표주가 하향폭이 36%가 넘는다. 대출 증가율 둔화가 예상된다는 걸 이유로 연간 이익 추정치를 낮춘 결과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가계 대출 증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조치는 고객의 대출 중단과 모기지 상품의 출시 연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카카오뱅크의 실적 추정치를 종전 추정치에서 23%, 내년 추정치는 29% 각각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골드만삭스의 매도 리포트 직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날까지 3.52%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56%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급락에 비유할 만하다. 지난해 8월 상장 직후부터 줄곧 유지하던 금융 대장주 자리도 다시 KB금융지주에 내줬다.

올 들어 카카오뱅크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전날까지 외국인은 하루(3일)를 제외하고 매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순매도금액은 총 2654억원이다. 기관투자자들도 60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연일 카카오뱅크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3~12일 3224억원 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발간으로 인한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실제 지난해 모간스탠리의 매도 리포트가 나왔을 때도 삼성전자 주가가 급격히 꺾였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고 이후엔 반등한 바 있다. 최근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며 기술·성장주가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도 카카오뱅크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라는 인식보다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내세웠던 카카오뱅크가 전통적인 은행주가 아닌 테크주로 분류돼 긴축 우려 고조로 인한 조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의 매파(통화 긴축정책 선호론자)적 태도는 카카오뱅크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가져가는 은행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장주가 부침을 겪고 있다"면서도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행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