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반전'…韓 유일 픽업트럭 '뉴 렉스턴 스포츠&칸' 타보니 [신차털기]

신현아의 신차털기 28회
뉴 렉스턴 스포츠&칸 익스페디션 시승기
뉴 렉스턴 스포츠&칸. 사진=쌍용차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 연식변경 모델을 타봤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자존심과도 같은 모델이다. 토종 픽업트럭의 명맥을 잇는 국산 유일의 '오프로더'라서다. 쌍용차의 볼륨 모델(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써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이 차는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의 재기 발판이 될 존재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파주 출판도시휴게소까지 왕복 약 70km 구간에서 '뉴 렉스턴 스포츠&칸 익스페디션' 모델을 몰아봤다. 익스페디션 모델은 일반 모델과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에서 차이가 있으며, 주행보조 기능이 기본화 된 특별판 모델이다. 이 차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 칸 모델의 가격은 2990만원부터 시작한다. 풀옵션을 해도 4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경쟁 모델의 가격이 5000만원대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 사진=신현아 기자
주행에 나서니 강인한 인상의 이 차는 겉모습과는 다른 부드러운 매력을 보여줬다. 거친 주행 질감을 예상했는데 이를 철저히 비껴간 것이다.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중저속에서는 마치 편안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는 듯한 느낌도 났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직전 모델 대비 한층 가벼워지고 민첩해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적용된 랙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이다. 핸들 크기 자체는 다소 컸지만 다루기에 부담은 없었다.
속도를 올려보니 그제야 투박한 질감이 느껴졌다. 사륜구동 모드로 바꿨을 땐 확실히 땅에 붙어가는 맛도 있다. 다만 차 무게에 비해 힘이 넉넉한 차는 아니어서 시원한 가속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하지만 답답한 정돈 아니다. 이 차는 퍼포먼스가 향상된 2.2 LET(유로6d) 디젤엔진과 일본 아이신사(社)의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대출력 207마력, 최대 토크 45.0kg·m의 동력성능을 낸다. 이전 모델(187마력·42.8kg.m)보다 각각 8%, 5% 늘었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 소음이 기대 이상으로 차단되는 점은 디젤차에서 예상치 못했던 요소다. 디젤 엔진 특유의 미세한 떨림은 하체 쪽에서 은은하게 느껴졌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크루즈'는 꽤 적극적이다. 속도를 올릴 땐 안정적으로 가속하지만 감속이 필요할 땐 약간 늦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차로 중앙 유지는 제법 잘 해냈다. 지속적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줘 덩치 큰 차의 차선 이탈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부터는 안전·주행보조 기능이 기존 9가지에서 16가지로 대거 늘었다. 새롭게 적용된 기능은 중앙차선유지보조, 안전하차경고, 안전거리경고 등 7가지다. 이중 후측방 접근충돌방지보조 등 일부 기능은 익스페디션 모델에 기본 적용된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첨단 편의 기능도 꽤 알차게 들어갔다. 수입 픽업트럭에선 보기 어려운 국산 픽업만의 배려다.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의 탑재가 대표적이다. 인포콘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설계돼 꽤 지능적이다. 특히 음성 인식은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기반으로 해 꽤 정교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AI와 '끝말잇기'도 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실제 '날씨 알려줘' 등을 질문하니 곧장 원하는 답변을 해줬다. 마스크를 낀 상태로 말을 했는데도 인식 수준이 꽤 높아 보였다.

인포콘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는 차량 시동부터, 온도 높이기도 가능하다. 물론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이미 수많은 차량에 도입된 기능이지만 국내 픽업 모델 중엔 최초로 렉스턴 스포츠&칸에 들어갔다.

이 밖에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통풍·열선 시트가 들어간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충전 시스템도 지원한다. 3차원(3D) 어라운드 뷰 기능은 큰 차 주차 및 좁은 길 운전 부담을 한층 덜어줬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주차 가이드라인이 연동되는 기능도 새롭게 적용돼 편리한 주차를 돕는다.
뉴 렉스턴 칸에 신규 적용된 맵인 클러스터. 사진=신현아 기자
외관은 투박하고 거친 게 매력이다. 익스페디션 전용으로 들어가는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 프런트 넛지바는 이 차의 다부진 느낌을 가중시킨다.

이번 연식모델부터 들어간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는 활용도가 높았다. 주행 정보, 크루즈 기능 화면, 내비게이션 등으로 화면 전환이 가능하다. 큼직하게 표시된 내비게이션은 주행 편의를 높였다. 스티어링 휠 조작키를 비롯해 센터페시아 공조 장치 버튼은 처음 차량을 접한 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뉴 렉스턴 스포츠&칸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데크 스펙은 용도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경쟁 모델과의 차별화 요소다. 칸의 데크 용량은 1262L로 스포츠 모델보다 24.8% 크다. 서스펜션에 따라 최대 700kg까지 적재 가능하다. 회전식 데크 후드는 적재 편의성을 높인다 .승차감은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가 탑재됐던 터라 거친 노면 충격에서 그다지 자유롭진 못했다. 다만 기본형 타이어를 장착하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오프로드 체험이 가능했다면 이 차의 진가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을 듯싶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