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 덕후가 말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

김영균 지음
바른북스
540쪽│1만8000원
알면 참모습이 보인다(知則爲眞看·지즉위진간)고 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하며 유명해진 말이다. 원래는 조선 정조 때 문장가였던 유한준이 당대의 유명한 컬렉터였던 김광국의 화첩에 적었던 말인데,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인 김영균 씨가 뒤늦게 미술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됐다.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는 김씨가 2011년 은퇴한 뒤 10년 넘게 예술을 배우고 깨달은 바를 담았다. 펜과 노트를 들고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각지의 박물관·미술관에서 얻은 통찰을 풀어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미술 사조와 미술사를 설명하고, 중국 시인 서성과 러시아 작가 푸시킨 등 중국·러시아의 문학사조에 관한 비교 설명도 곁들인다.예술 감상이 단순한 취미 활동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만의 감수성을 지니고 작품을 탐구한 뒤에 창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저자도 은퇴자의 여유로움을 포기하고 펜과 공책을 꺼내 치열하게 공부했다. 저자는 “과거에 ‘노인을 죽이는 최고의 암살자는 은퇴’라는 말을 들으며 취미를 가지려고 했다”며 “어중간한 취미는 참된 취미가 아니라는 영국 시인 리드의 말처럼, 취미를 진지하고 활발한 예술로 이어가려 했다”고 말한다.

늦깎이 학생이 된 저자는 예술이 결코 ‘값비싼’ 취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더라도 국공립 미술관, 대안 전시회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어서다. 안목이 없다고 자신을 자책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감상은 주관적인 행동이라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시회 소개 팸플릿에서도 지식을 보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국내 문화유산 탐방을 제안한다. 그가 첫손에 꼽은 곳은 강원 양양 낙산사다. 저자는 “낙산사에 전시된 일연 국사가 쓴 ‘의상전교찬시’는 필체가 생동감이 넘친다”며 “700년을 넘어 지금도 마음에 의미가 깊게 새겨진다”고 설명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