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추계 엉터리, 정책은 자화자찬…참 딱한 기재부

나라 경제정책의 근간인 세수 예측이 터무니없이 큰 오차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거둬들인 국세가 34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어제 내놓은 ‘재정동향 1월호’에서 추정했다. 최종 세수규모가 1년 전 본예산을 짤 때 예상한 세수 282조7000억원보다 60조원가량 급증했다는 의미다. 예상 세수와 실제 세수 간 오차율은 21% 선으로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기록적인 오차율도 어처구니없지만 기재부의 오락가락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힌다. 기재부는 작년 7월 2차 추경 편성 때 추가 세수를 31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당시에도 ‘무슨 일을 그리 엉성하게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초과세수가 10월 42조원, 11월 51조원으로 다달이 불어나더니 60조원이란 잠정집계치가 등장한 것이다.11월 중순에 내놓은 초과세수 51조원이 60조원으로 재차 수정된 과정은 특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 해 회계마감을 불과 1개월여 앞둔 11월 중순이면 대다수 세목의 납부가 마무리되고 세제실이 속보치까지 확인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라는 앞뒤 안 맞는 진단을 내린 것도 실망스럽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4.0%로, IMF(4.3%) 기획재정부(4.2%) 한국은행(4.0%)의 6개월 전 전망치를 밑돌았다. 더구나 세계 성장률 5.5%(세계은행 추정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자랑하듯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세수 오차의 주역’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자화자찬은 더욱 황당하다. 마구잡이로 세금을 걷어가 놓고 ‘재정건전성 유지에 노력했다’고 하고,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정준칙안 도입 추진’을 성과로 앞세우니 할 말을 찾기 힘들 정도다.엉터리 세수 추계는 거대 여당에 ‘대선 전 추경’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여당은 벌써부터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낯뜨거운 생색내기 모드다. ‘2월 추경’에 반대한다던 홍 부총리도 어느새 ‘추경 편성 불가피’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런 급반전은 기재부가 ‘세수를 고의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2월 추경’ 편성에 대한 거센 반대를 피해가기 위해 세수를 과소 추계한 뒤 예상 밖 추가 세수를 빌미로 초유의 ‘대선 전 추경’을 정당화하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이 만만찮다.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주역인 기재부가 어쩌다가 이런 의심까지 받게 됐는지 참 딱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