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파연합, 차기 대통령으로 베를루스코니 지지 공식화

살비니 "만장일치 지지"…좌파정당 강한 반대로 선출 가능성은 불확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Lega)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차기 대통령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어 "우파연합이 만장일치로 확고하게 베를루스코니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이념에 기반한 좌파의 거부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파연합의 어떤 정당이나 내각 구성원도 이러한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탈리아 우파연합은 동맹을 비롯해 또 다른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베를루스코니가 창당한 전진이탈리아(FI) 등으로 구성된다. 현지 정가에서는 이미 우파연합이 베를루스코니를 단일 후보로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베를루스코니 자신도 공개적으로 대통령직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의회 최대 의석수를 가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이 베를루스코니의 대통령 선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뜻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파연합 의석수는 상·하원 모두 과반에 못 미친다.

차기 대통령 선출 투표는 오는 24일 개시된다.

관련 법에 따라 투표에는 상원 321명, 하원 630명, 20개 주(州) 대표 58명 등 총 1천9명이 참여한다. 원칙적으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출되며, 세 차례 투표에서도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네 번째 투표부터는 과반 득표자를 뽑게 된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그가 총리를 지낸 9년 2개월은 전후 최장기 재임 기록이다.

다만, 총리 재임 때인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 매춘부를 불러들여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등 각종 추문과 비리에 연루돼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다.

베를루스코니 외에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마리오 드라기(74) 현 총리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나 본인은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직을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세르조 마타렐라(80) 현 대통령은 7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2월 물러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