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가 본인 동의 없이 대중에 공개돼서는 안 된다며 총력 엄호에 나섰다.MBC가 이모 전 서울의소리 기자로부터 입수한 통화 녹음의 2주 연속 방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 헌법적 기본 가치에 반하는 노골적 정치 공작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상대를 신뢰하는 상황에서 했던 대화가 이런 식으로 보도에 이용되는 것은 국민이 봤을 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위에 가까운 것들도 있고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가해지는 상황 속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한 것"이라고 김씨 편을 들었다.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16일로 예정된 MBC 방송을 겨냥해 "정치 공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생태탕 시즌 2'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인 간의 통화 녹음을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영방송이 대놓고 틀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의도적으로 편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씨가 처음부터 불법 녹음을 목적으로 거짓말을 해가며 김씨에게 접근했고, 사적 대화를 가장해서 몰래 녹음했다"며 "사전에 기획된 저열한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특히 "일부러 과격한 발언을 유도해놓고 취재라고 한다니 부끄러운 행태"라며 "헌법상 사생활 보호 원칙, 인격권에 위배되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 선대위가 이번 폭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의심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권 진영 내에서 폭로 시기와 매체를 정밀하게 조율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잘 짜여진, 전형적인 정치 공작 행태"라고 말했다.김씨의 통화 상대방인 이씨 측은 소속과 이름 등 기자 신분을 밝혔다고 하지만, 유튜브 채널의 카메라 촬영 기사였던 이씨를 일반적인 기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 측 입장이다.
오히려 이씨가 윤 후보 처가 의혹을 앞장서 제기해온 정대택 씨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먼저 가져다주는 등 김씨에게 환심을 산 후 의도를 갖고 사적인 대화를 끌어냈다고 반박한다.
김씨 본인은 주변에 "이씨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큰 흐름을 돌려놓을 변수는 아니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설 전에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고 뭐라도 꺼낸 것 같다"며 "급하게 꺼내든 카드는 늘 치명타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씨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선거 기간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김씨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대중 앞에 나설지 주목되는 것이다.
선대본부 일각에서는 김씨가 거듭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내부적으로도 "정치 공작의 피해자가 무슨 사과를 하느냐"는 강경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씨가 건강이 좋지 않다.공개 활동 계획도 아직 없다"면서도 "김씨가 남편인 윤 후보를 도와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