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바이든의 외교정책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지난주 러시아군은 카자흐스탄 전역에 주둔했다. 미얀마 군정은 아웅산수지 여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중국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령관으로 인권 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 고위 경찰간부 출신을 임명했다. 두 가지는 분명하다. 먼저 미국의 적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무시한다. 또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우선으로 삼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시도는 세계 민주주의의 후퇴를 되돌리거나 늦추지 못했다.

이런 현상에는 바이든의 정치적 허약함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적들은 더 많은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정책의 일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국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적뿐만 아니라 몇몇 동맹국들도 동시에 이런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양립할 수 없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의 정책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아시아를 포섭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역내 야망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중국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바이든의 생각은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그의 목표와 배치된다. 아직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일례를 들어보자. 캄보디아에서 중국 해군기지로 보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은 캄보디아 군과 정치인에 대한 제재에만 분주하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제재는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자극만 할 뿐이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미국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미얀마 군사정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위치를 이용하고 있다.

허풍스러운 제재는 미국에서는 값싼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 전사들과 언론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미국에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재들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

"동남아 등서 美의 위상 추락
中·러시아 야망 견제 못 해"

지난달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자 명단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콩고민주공화국과 파키스탄은 초대받았지만 ASEAN 회원국 10개국 중 7개국이 초대받지 못했다. 미국은 ASEAN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미얀마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배제한 채 정상회의를 열었다.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의 무역 외교를 방해하고 있지만 ASEAN 지도자들을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작은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되는 요소가 많다. BJP가 통제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힌두교 외 다른 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이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쉽지 않은 문제다. 인도 없이 중국의 야망을 견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이 반대하는 것들에 허풍 섞인 제재를 가하는 습관은 동맹국들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미국을 견제하며 러시아 중국 등과 국방 관계를 강화하도록 만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수익성이 좋은 중동 무기시장에 뛰어들길 바라고 있다. 민주주의 촉진, 기후변화, 지정학적 경쟁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바이든의 말은 맞다. 하지만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How Adversaries Size Up Biden’s Foreign Polic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