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전국에 출렁다리만 150개…'출렁출렁' 어지러운 대한민국
입력
수정
해상케이블카·출렁다리 우후죽순…관광 전문 공무원 부재 탓 지적도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있다. 바다를 인접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바람이, 내륙 지자체에는 출렁다리 설치 바람이 거세게 분다.
한동안 집라인 개설이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새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제는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 도입이 붐을 타고 있다.
◇ 해상케이블카 우후죽순
경기도 화성시는 최근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국내 최장(2.12㎞) 해상 케이블카를 최근 개통했다. 한동안 길이 1.8㎞의 목포시 해상 케이블카로 인기를 얻어왔다.
눈만 뜨면 1위가 바뀌는 것이 요즘이다.
지난해 9월 전남 해남군이 울돌목 해상 케이블카를 개통했지만, 길이가 1㎞여서 명함도 못 내민다. 경북 포항시도 영일대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를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인접한 경북 울진군에도 몇 년 전 왕피천 케이블카가 들어섰고, 영덕군에도 해상 케이블카가 다니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해 가을 개통한 길이 3.6㎞의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국내 최장의 호수 케이블카라 홍보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곳에서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이젠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 출렁다리 천국
내륙지역에는 출렁다리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충북 제천에는 지난해 10월 옥순봉 출렁다리가 놓였다.
충남 청양군은 이달 말 칠갑산 천장호에 천장호 출렁다리를 놓을 예정이다.
강원도 홍천군도 1월부터 생곡저수지에 출렁다리 설치공사를 시작, 올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전북 임실의 옥정호에도 출렁다리가 올해 개통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 논산에 탑정호 출렁다리가 설치됐다.
논산시는 이 출렁다리가 길이 600m로, 아시아 최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인근 예산군은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의 개통으로 전국 최장 출렁다리 타이틀을 빼앗기자 모노레일 설치로 응수하고 있다.
사업비 80억 원을 들여 예당호 주변에 1천374m 길이의 모노레일을 올해 준공할 예정이다. ◇ 개통 초기 반짝 몰리는 관광객 수라는 '마약'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지자체들의 고민도 이해가 된다.
사실 지자체들로서는 개통 초기 반짝 몰리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마약과도 같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제천시도 옥순봉 출렁다리가 개통 두 달여 만에 30만 명에 육박하는 탐방객을 끌어들였다고 희색이 만연하다.
문제는 자고 나면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가 생긴다는 점이다.
또 차별성 없는 따라하기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환경 파괴 우려도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 2017년 이용객이 연간 140만 명에 달했으나 다음 해 인접한 사천시에 해상케이블카 완공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100만 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 전문가들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관광 자원을 하드웨어적 방식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으로 본다.
임석 광주동구예술여행센터장은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만을 개발해서는 타 지자체에서 국내 최장의 관광자원이 나오면 모두가 실패하게 된다"면서 "관광객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찾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정형화되지 않은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진행하고 있는 '생활문화관광'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대안이다.
주민과 지역 콘텐츠를 관광자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례로 전남 강진군의 경우 지난해 '1주일 살기 프로그램' 돌려 선풍적 인기를 끌어냈다.
또 관광에 대한 식견이 많지 않은 대부분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1∼2년 만에 교체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지자체와 구별되는 독특한 지역만의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일반 공무원들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광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할 관광직 공무원 선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무원 직렬 중 행정직이나 기술직처럼, 관광직이라는 새로운 직렬을 개설하자는 주장이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를 성공시킨 지자체를 살펴보면 공무원들이 대부분 최소 5년 이상 근무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처럼 관광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고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관광직 공무원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있다. 바다를 인접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바람이, 내륙 지자체에는 출렁다리 설치 바람이 거세게 분다.
한동안 집라인 개설이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새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제는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 도입이 붐을 타고 있다.
◇ 해상케이블카 우후죽순
경기도 화성시는 최근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국내 최장(2.12㎞) 해상 케이블카를 최근 개통했다. 한동안 길이 1.8㎞의 목포시 해상 케이블카로 인기를 얻어왔다.
눈만 뜨면 1위가 바뀌는 것이 요즘이다.
지난해 9월 전남 해남군이 울돌목 해상 케이블카를 개통했지만, 길이가 1㎞여서 명함도 못 내민다. 경북 포항시도 영일대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를 올해 완공할 예정이다.
인접한 경북 울진군에도 몇 년 전 왕피천 케이블카가 들어섰고, 영덕군에도 해상 케이블카가 다니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해 가을 개통한 길이 3.6㎞의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국내 최장의 호수 케이블카라 홍보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곳에서 해상 케이블카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이젠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 출렁다리 천국
내륙지역에는 출렁다리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충북 제천에는 지난해 10월 옥순봉 출렁다리가 놓였다.
충남 청양군은 이달 말 칠갑산 천장호에 천장호 출렁다리를 놓을 예정이다.
강원도 홍천군도 1월부터 생곡저수지에 출렁다리 설치공사를 시작, 올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전북 임실의 옥정호에도 출렁다리가 올해 개통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 논산에 탑정호 출렁다리가 설치됐다.
논산시는 이 출렁다리가 길이 600m로, 아시아 최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인근 예산군은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의 개통으로 전국 최장 출렁다리 타이틀을 빼앗기자 모노레일 설치로 응수하고 있다.
사업비 80억 원을 들여 예당호 주변에 1천374m 길이의 모노레일을 올해 준공할 예정이다. ◇ 개통 초기 반짝 몰리는 관광객 수라는 '마약'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지자체들의 고민도 이해가 된다.
사실 지자체들로서는 개통 초기 반짝 몰리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마약과도 같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에 십상이다.
제천시도 옥순봉 출렁다리가 개통 두 달여 만에 30만 명에 육박하는 탐방객을 끌어들였다고 희색이 만연하다.
문제는 자고 나면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출렁다리와 해상 케이블카가 생긴다는 점이다.
또 차별성 없는 따라하기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환경 파괴 우려도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 2017년 이용객이 연간 140만 명에 달했으나 다음 해 인접한 사천시에 해상케이블카 완공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100만 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 전문가들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관광 자원을 하드웨어적 방식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으로 본다.
임석 광주동구예술여행센터장은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만을 개발해서는 타 지자체에서 국내 최장의 관광자원이 나오면 모두가 실패하게 된다"면서 "관광객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찾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이야말로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정형화되지 않은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진행하고 있는 '생활문화관광'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대안이다.
주민과 지역 콘텐츠를 관광자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실례로 전남 강진군의 경우 지난해 '1주일 살기 프로그램' 돌려 선풍적 인기를 끌어냈다.
또 관광에 대한 식견이 많지 않은 대부분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1∼2년 만에 교체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지자체와 구별되는 독특한 지역만의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일반 공무원들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광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할 관광직 공무원 선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무원 직렬 중 행정직이나 기술직처럼, 관광직이라는 새로운 직렬을 개설하자는 주장이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를 성공시킨 지자체를 살펴보면 공무원들이 대부분 최소 5년 이상 근무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처럼 관광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고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관광직 공무원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