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원자재값·해상운임…TV·스마트폰·배터리 가격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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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연초부터 최고치 경신…수출기업 물류비도 ↑
배터리 핵심 원료 니켈 10년만에 최고가…"스마트폰 가격도 인상 전망"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제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니켈, 구리 등 기초 원자재를 비롯해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반도체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상운임은 연초부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진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 하락을 무릅쓰고 스마트폰과 TV, 전기차 배터리 등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 해상운임 연초부터 사상 최고치…"작년 TV 평균 판매가 20% 이상↑"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7일 기준으로 5천109.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로, 해상운임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완제품의 크기가 커 해상 물류망을 주로 이용하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전자 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급등한 해상운임이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TV 제품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높아진 비용 부담은 이미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됐다.
기업들이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29%, 22.2% 인상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말도 안 되게 오르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있었다"며 "TV 제품의 경우 비용 증가로 인해 유통 채널의 프로모션이 줄었고, 그 결과 TV 평균 판매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과 플라스틱, 구리 가격 역시 전년 대비 14.6~24.6%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출시한 제품의 가격에 비용 증가분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는데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21조89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 하락한 6천816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 같은 기대 이하의 영업이익에 대해 삼성증권 이종욱 애널리스트는 "급격히 상승한 물류비와 철강·반도체 등 원재료비 증가에 원인이 있다"며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 문제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TV 제품의 경우 패널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제품가격의 인상폭이 작년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타 원자재 가격과 물류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귀한 모바일 AP 반도체…"올해 스마트폰 가격, 작년보다 최대 16%↑"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가격이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최대 16%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상승폭은 저가형 제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6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도 5~12%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갤럭시S20)과 지난해(갤럭시S21) 2년 연속으로 갤럭시S 시리즈의 가격을 인하했으나 올해는 3년 만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IT전문 매체들은 올해 출시될 갤럭시S22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인 갤럭시S21보다 약 100달러(약 12만원) 비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수급난이 스마트폰 완제품의 가격 인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AP 1위 업체인 미디어텍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용 AP '디멘시티9000'의 가격을 이전 모델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올렸다.
업계 2위인 퀄컴 역시 차세대 AP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디어텍은 모바일 AP 외에도 4G와 5G 모뎀 칩, 와이파이 칩 등 주요 부품의 가격을 5%에서 최대 20%까지 올린 상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부품 부족 상황이 이어진 뒤 하반기부터 수급난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 니켈 10년 만에 최고가…원통형 배터리 줄줄이 가격 인상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추세 속에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의 가격도 연일 치솟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최근 10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공급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한 달 사이에 가격이 12%가량 올랐다.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이미 2배로 뛰었고, 리튬은 1년간 400% 넘게 급등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3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고공행진에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평균 1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대리점도 작년 말 소형 거래처에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경차, 스쿠터 등에 주로 사용된다.
여러 형태의 배터리 가운데 유일하게 표준 규격이 있어 대리점에서도 판매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소재 가격이 오르고 원통형 배터리가 부족하다 보니 회사 측이 대리점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고, 이에 따라 대리점들도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배터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결국 손익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주행거리 개선과 생산능력 향상뿐 아니라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니켈·코발트를 생산하는 제련 전문기업의 지분 4.8%를 인수하며 6년간의 니켈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이달에는 호주 광산업체와 5년간의 리튬 정광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재료 수급 문제가 비교적 리스크가 크다"며 "가격만 놓고 볼 때는 저렴한 중국산을 많이 써야 하지만, 수급 안정성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배터리 핵심 원료 니켈 10년만에 최고가…"스마트폰 가격도 인상 전망"
원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제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니켈, 구리 등 기초 원자재를 비롯해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반도체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상운임은 연초부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진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 하락을 무릅쓰고 스마트폰과 TV, 전기차 배터리 등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 해상운임 연초부터 사상 최고치…"작년 TV 평균 판매가 20% 이상↑"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7일 기준으로 5천109.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로, 해상운임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완제품의 크기가 커 해상 물류망을 주로 이용하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전자 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급등한 해상운임이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TV 제품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높아진 비용 부담은 이미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됐다.
기업들이 공시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29%, 22.2% 인상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말도 안 되게 오르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있었다"며 "TV 제품의 경우 비용 증가로 인해 유통 채널의 프로모션이 줄었고, 그 결과 TV 평균 판매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과 플라스틱, 구리 가격 역시 전년 대비 14.6~24.6%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출시한 제품의 가격에 비용 증가분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는데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21조89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 하락한 6천816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 같은 기대 이하의 영업이익에 대해 삼성증권 이종욱 애널리스트는 "급격히 상승한 물류비와 철강·반도체 등 원재료비 증가에 원인이 있다"며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 문제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TV 제품의 경우 패널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제품가격의 인상폭이 작년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타 원자재 가격과 물류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귀한 모바일 AP 반도체…"올해 스마트폰 가격, 작년보다 최대 16%↑"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가격이 부품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최대 16%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상승폭은 저가형 제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6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제품의 가격도 5~12%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갤럭시S20)과 지난해(갤럭시S21) 2년 연속으로 갤럭시S 시리즈의 가격을 인하했으나 올해는 3년 만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IT전문 매체들은 올해 출시될 갤럭시S22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인 갤럭시S21보다 약 100달러(약 12만원) 비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수급난이 스마트폰 완제품의 가격 인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AP 1위 업체인 미디어텍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용 AP '디멘시티9000'의 가격을 이전 모델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올렸다.
업계 2위인 퀄컴 역시 차세대 AP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디어텍은 모바일 AP 외에도 4G와 5G 모뎀 칩, 와이파이 칩 등 주요 부품의 가격을 5%에서 최대 20%까지 올린 상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부품 부족 상황이 이어진 뒤 하반기부터 수급난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 니켈 10년 만에 최고가…원통형 배터리 줄줄이 가격 인상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추세 속에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의 가격도 연일 치솟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최근 10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공급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한 달 사이에 가격이 12%가량 올랐다.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이미 2배로 뛰었고, 리튬은 1년간 400% 넘게 급등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3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고공행진에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평균 1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대리점도 작년 말 소형 거래처에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경차, 스쿠터 등에 주로 사용된다.
여러 형태의 배터리 가운데 유일하게 표준 규격이 있어 대리점에서도 판매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소재 가격이 오르고 원통형 배터리가 부족하다 보니 회사 측이 대리점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고, 이에 따라 대리점들도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배터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결국 손익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주행거리 개선과 생산능력 향상뿐 아니라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니켈·코발트를 생산하는 제련 전문기업의 지분 4.8%를 인수하며 6년간의 니켈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이달에는 호주 광산업체와 5년간의 리튬 정광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재료 수급 문제가 비교적 리스크가 크다"며 "가격만 놓고 볼 때는 저렴한 중국산을 많이 써야 하지만, 수급 안정성을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