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⑤ 스티븐스 전주한미대사 "바이든, 할 일 많아…I학점"

"바이든, 동맹 중요성 잘 알아…대사임명 지연 유감스런 일"
"北미사일 제재, 정책변화로 안봐…유엔에서도 심각한 문제"
"북, 종전선언에 열의 안보이지만 신뢰구축 논의 이어져야"
"I(Incomplete·불완전 이수)학점."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 및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년에 대한 점수를 묻자 고심 끝에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폭동 이후 삼엄한 경비 아래 치러진 취임식을 상기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할 일들이 많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에서 'I학점'은 불가피한 사유로 학기를 이수하지 못한 경우 미비한 내용을 보완하라는 차원에서 부여된다.

천재지변이나 질병 등의 상황이 대표적 사례다. 스티븐스 이사장은 한미 관계와 관련해선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그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북미·남북미 관계에 있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바이든 행정부 1년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점수로 따지면 몇 점을 주겠는가.

▲ 출범식 당시 워싱턴DC에 있었다.

사실상 봉쇄 상태의 삼엄했던 경비가 아직도 기억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헌신적인 팀을 꾸려왔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외교 안보 분야의 경우 파리 기후변화협정 복귀를 비롯해 잘한 일들이 많지만, 잘못된 결정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다.

아프간 철군은 모든 점에서 미국의 가치와 매우 부합하지 않는 일이지만, 이는 전임 정권의 잘못된 철군 협약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향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으로는 중국과 무역 문제를 꼽고 싶다.

나는 이 두 부분에 있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점수를 준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점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I학점'을 주고 싶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점에서다.
-- 전직 주한미국대사로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주한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적임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정책의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 그 자신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을 관심사에 놓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가치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한미 관계에 있어 이는 근본적 차이일 수밖에 없다.

주한미국대사 임명 지연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전반적으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크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역내의 지정학적 문맥을 잘 이해한 훈련된 외교관이자,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본다.
--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나?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의 이유는 무엇일까.

▲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는 쉽다.

그러나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비핵화에 대한 점진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이 정부에 신뢰를 보내고 싶다.

북한은 수년간 스스로를 고립시켜 왔고, 현재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역시 그러한 차원에서 내부용인지 혹은 외부에 대한 압박용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이 대화를 위한 압박인지 아니면 긴장을 고조하기 위한 도발 행위인지 알 수 없지만, 둘 다에 대비해야 하고 대북 압박과 동시에 외교적 포용 정책도 여전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제재 방침을 결정했다.

이것이 대북 정책의 변화로 읽힐 수 있을까.

추가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나?
▲ 이번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책 변화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유엔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물론 이에 대한 제재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오고 있다.

현재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나?
▲ 북핵 6자회담에 관여했던 일원으로서 평화 체제를 촉진하기 위한 평화 협정의 절실함이라는 취지에 공감한다.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해 나가야 한다.

평양을 포함해 각 측의 온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종전선언 자체는 지속가능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외교적 형식으로 추진돼 왔고,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는 계속돼야 한다.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보나) 보도 상으로 북한이 이 문제에 그렇게 열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신뢰구축 작업에 대한 논의는 이어져야 한다.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도 종전선언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 어쨌거나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 중국 견제가 외교·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오른 게 사실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나? 일각에서는 현 상태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가.

▲ 지난 40년간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지지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미국의 이해와도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이다.

현재의 중국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본다.

중국의 현재 지도자와 행위들은 미국 뿐 아니라 역내와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본다.

나는 냉전 시절을 정확히 기억할 만큼 늙었다.

(웃음)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미소로 양분된 당시와 현재의 역학구도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 미중 경쟁 관계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열전(Hot War)'의 가능성을 오히려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 미국은 최근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는데, 이에 동의하나.

한국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올림픽을 실제로 보이콧하지 않은 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이해할만한 결정이라고 본다.

정치적 이유로 올림픽 자체에 불참하는 것은 체육인들을 포함해 젊은 세대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그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또한 납득할만한 결정이다.

동맹으로서 이 문제에 있어 약간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이 자체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유럽 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경험을 쌓아왔는데,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고, 이 때문에 나토 자체만으로는 응집력이 강화한 측면도 있다.

대화의 기회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보가 아니다.

--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정말 돌아왔나?
▲ 바이든 대통령은 그 말을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라면 그렇다. 미국은 그런 측면에서 국제사회에 돌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