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지역 최초로 600차례 헌혈을 한 '헌혈 왕'이 탄생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은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박기식(54)씨가 16일 헌혈의 집 부천 상동센터를 찾아 600번째 헌혈을 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경기·인천지역에서는 최초이며 전국에서는 15번째다.
그는 1986년 18세 때 우연히 헌혈 버스에서 헌혈한 이후 지속해서 헌혈을 실천해왔다. 자신의 혈액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혈액원 관계자의 설명이 계기가 됐다.
특히 혈액의 일부 성분만 골라 채취하는 '성분 헌혈'이 도입된 1998년부터는 거의 2주마다 헌혈했다.
이 방식의 헌혈은 헌혈자가 채혈 뒤 8주간 휴식해야 하는 '전혈 헌혈(혈액의 모든 성분 채취)'과 달리 2주간만 휴식하면 또 헌혈할 수 있다. 그가 36년간 헌혈로 채취한 혈액량은 300L(리터)로 1.5L 음료수병 기준으로는 200개에 달한다.
박씨는 헌혈 후 받은 헌혈증서를 불의의 사고로 수혈이 필요한 환자 등에게 기증하고 있다.
빡빡한 직장 생활에도 선행을 실천해온 그는 헌혈 정년인 만 69세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 실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밥 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처럼 2주마다 헌혈을 실천했는데 벌써 600번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앞으로도 계속 헌혈을 실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헌혈자가 감소하고 혈액원의 혈액 보유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헌혈하며 기분도 좋고 건강도 점검할 수 있으니 많은 시민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혈액원 관계자는 "박기식씨의 친형인 박갑식(64)씨도 300회에 가까운 헌혈을 실천했다. 아쉽게도 현재는 건강 악화로 헌혈을 잠시 중단했다"며 "박기식씨의 대기록이 많은 시민의 헌혈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