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합의 안 지키는데…관세 못 높이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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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된 미·중 무역합의미국과 중국이 2020년 1월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가 지난 15일로 2년을 맞았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이 2년 동안 미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폐하는 게 합의의 핵심이었다.
中 이행률 62%…'사실상 미이행'
수입액 목표보다 1300억弗 적어
바이든은 '진퇴양난'
高관세 부활시키면 인플레 우려
면제 유지하자니 지지층 반발
동맹과 압박…'2차 협상' 가능성
중국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렇다 할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관세를 부활하기도, 반대로 관세 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불이행을 용인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분석이 많다.
합의 미이행 미국 탓이라는 중국
미국 피터슨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이행률은 62%에 그쳤다. 중국은 2017년 대미 수입액인 1096억달러를 기준으로 2020년에 767억달러, 작년에 1233억달러어치를 더 사야 했다. 양국이 2017년을 기준으로 한 것은 중국의 대미 수입액이 그해에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피터슨연구소는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 통계가 명확하게 잡히는 상품 기준으로 중국이 작년 말까지 총 3850억달러, 11월까지는 3564억달러어치를 수입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11월까지 실제 수입한 금액은 2219억달러에 머물렀다. 중국 발표 기준 12월 대미 수입액 171억달러를 더한다고 해도 2390억달러로 목표액에서 1460억달러 미달한다.2020~2021년 연평균 수입액은 1195억달러로 2017년 1096억달러를 100억달러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이 대미 추가 수입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합의 이행률이 낮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코로나19와 공급망 붕괴를 이유로 댔다. 최근에는 불이행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에너지부문 수입 이행률이 11월 기준 47%에 그친 것이 미국에서 원유 생산을 그만큼 덜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부활해선 안 된다는 식의 여론 조성도 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작년 11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를 두고 “미국이 대중 관세 때문에 물가가 오르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맹 동원해 중국 압박하는 미국
미국은 중국의 약속 미이행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나온 공식 입장은 지난해 10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이 유일하다시피하다. 당시 타이 대표는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앞으로 1단계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의 비시장적 무역 관행에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중국도 2차 무역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상무부는 작년 말 “양국 경제무역팀이 현재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2단계 협상 등에서 진전된 상황이 있으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국가안보와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 핵심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에 반발하고 있으며 2차 협상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방침이다. 또 시한을 연장해주면 1단계 합의 내용을 모두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합의 이행 시한을 눈앞에 둔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대중국 관세를 추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하지만 오는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33%까지 떨어진 가운데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지지층마저 돌아서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 복원’과 ‘중국 고립’이라는 큰 외교 전략 아래 무역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 진영의 결속을 다지면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강현우/워싱턴=정인설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