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악의 축이 아닙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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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마케팅으로 다주택자 순기능 살려야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자료=한경DB
공짜마케팅(free marketing)은 유료로 제공해야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대신 소비자의 관심과 시장의 명성,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합니다. '지금 휴대폰을 무료로 바꾸세요' 등과 같은 문구는 길을 걷다가 한번쯤은 경험하는 유혹입니다.

공짜마케팅은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는 인간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짜마케팅은 △수익지대의 이전과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 확보가 핵심입니다.공짜나 턱없이 낮은 가격인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수익을 얻는 다른 곳이 존재하거나 사용자 기반을 대량으로 확보해서 부가수익을 얻는 방법으로 줄어든 수익을 보전합니다.경제학에서는 이를 교차보조금(cross-subsidy)이라고도 설명합니다. 기업은 절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통신료를 높이면 휴대폰 기기 값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충당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부문에서도 공짜마케팅에 가까운 사례는 꽤 발견됩니다.

대형 쇼핑몰을 분양할 때 마트나 영화관과 같은 핵심임차인(key tenant)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원가 또는 그 이하의 가격에 입점을 권합니다. 일단 핵심임차인이 입점하면 그 쇼핑몰의 집객력이 높아져 소규모임차인(small tenant)들까지 쉽게 들어오게 됩니다. 핵심임차인에서 손해난 비용은 소규모임차인들의 입점 비용을 높여 충당할 수 있습니다. 핵심임차인에 비해 소규모임차인들이 훨씬 많아 수익보전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임차인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입점 비용은 높아졌지만 장사가 잘되니 입점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공짜마케팅이 욕을 먹는 사례도 있지만 특정계층이 부담을 많이 함으로써 사회적 혜택이 증가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짜마케팅 때문에 다수가 서비스나 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대상자는 1949만명입니다만 이중 37.2%인 725.5만명은 과세표준 미달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국가재정이 유지되는 이유는 나머지 60% 이상의 근로자들이 이들이 내야할 세금까지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진과세로 인해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면서 결정세액이 없는 근로자들의 세금 부족 분을 대신합니다.재산세(종부세)도 근로소득세의 구조와 유사합니다. 유주택자 중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021년 기준으로 232만명으로 15.8%를 차지합니다. 이 다주택자가 재산세(종부세)를 가장 많이 부담합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특히 종부세는 90%가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한다고 합니다. 또한 다주택자는 주택임대차시장에 중요한 공급자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주택자가 없으면 정부가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도 부족하고 이미 선진외국에서는 임대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주택 바우처(voucher) 등으로 대체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의 순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주택임대차시장의 안정에는 필수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현 정부가 30번에 가깝게 잘못된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서 주택시장은 최악의 왜곡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주택시장의 정상화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주택자는 불편없이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1주택자는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세금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다시 손봐야 합니다. 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은 다(多)주택자들입니다.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주택자의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합니다.

“종부세 부과대상자에게는 명예를 드리겠다”는 비아냥거리는 말장난은 그만하고 진정으로 다주택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오는 3월 대통령선거의 공약으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완화책이 다수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짜리 정책이나 입에 발린 말이 아닌 다주택자들의 주택시장 전체에 대한 기여와 공헌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이 적극 도입되어야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선거가 다주택자나 자산가들을 활용하는 공짜마케팅의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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