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피크아웃, 중국은 바텀아웃?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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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4분기 GDP 4%대…올림픽·탄소중립 때문
미국은 '피크아웃', 중국은 '바텀아웃' 분석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1분기 18.3%였던 GDP 성장률은 2분기(7.9%)와 3분기(4.9%)를 거치며 속도가 떨어지더니 4분기에는 4.0%에 턱걸이했습니다. 중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번 중국의 4분기 GDP 쇼크 배경에는 '올림픽'과 '탄소중립'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작년 12월 데이터를 체크해보면 수출 하나를 빼고는 생산, 투자, 소비 모두 3~4%대 저성장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오는 2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칭링'(제로 코로나)이라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내세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도시 폐쇄와 4주 격리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이동(Mobility)이 제한되면서 소비활동도 정지됐습니다. 당연히 생산과 투자도 얼어 붙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지수'와 '전력사용량'을 보면 생산과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탄소중립정책을 올해부터 무리하게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분기별 성과비교를 실시하자 임계치를 넘어선 19개성 지방성정부 지도자들이 무리하게 석탄생산축소, 전력 송전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석탄대란, 전력대란을 불러왔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이를 중단했지만 정상화 과정에서의 그 후유증이 4분기까지 영향을 줬습니다.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추이와 전망. /자료=국가통계국, CEFRI
4분기 공업용 석탄·전력·공업생산과 전력소비량을 보면 석탄생산 감소→발전량 둔화→생산둔화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모든 것이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의 강한 시행에서 온 정책오류가 만든 경제 손실입니다.

이처럼 중국이 무리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 붙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코로나 때문이라는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또 코로나 발병국의 원죄를 지닌 중국이 발병 문제가 아닌, 국가의 방역능력이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코로나 원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셈인 것 입니다.미국은 방역실패로 하루 70만~10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로 확진자를 만들면 미국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며 방역능력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다만 이같은 명분을 위해 중국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매우 큽니다.

中 경제 성장종말론 나오는데, 사실일까

언론에 난무하는 중국경제의 성장종말론이나 성장절벽론은 과장된 레토릭일 뿐입니다. 사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이동제한과 탄소중립정책의 무리한 시행에 따른 후유증이 본질입니다. 중국의 정책오류가 만든 단기적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안, 티엔진, 베이징에 도시·지역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시점까지 강한 사회통제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 3월부터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추이. /표=존스홉킨스대
작년 4분기 GDP 추락에서 중국은 생산설비, 소비인구, 사회인프라의 붕괴는 없었습니다. 이동통제를 풀고, 경기부양 하면 바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GDP는 작년 4분기가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하강, 중국은 저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물가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민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물가는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미국처럼 수차례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성장과 중국의 저성장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경우 '불 속의 고성장'인 반면 중국은 '불 끄는 저성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세계 유명 연구기관과 중국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5.1~5.6%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경기·금융시장 비교해보니

올해는 미국의 긴축 발작이 전세계에 충격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악마는 약한 놈부터 잡아 먹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만 금리인상에 테이퍼링의 효과가 나타나면 필연적으로 고부채, 저외환보유 국가의 금융위기는 필연적입니다.

경기하강, 금융긴축 사이클에선 선조정, 선경기부양이 답인데, 경기조정과 부채축소는 중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빨랐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부채비율 낮춘 세계 유일의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작년부터 기업부채비율 축소, 통화·대출증가율 하락을 유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헝다그룹 같은 일부 부동산기업이 정부정책에 역행하다 부도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주요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지수. /표=옥스포드대
하지만 이것이 중국 부동산업계 전반의 상황은 아닙니다. 헝다 등 몇 개의 고부채기업에 국한된 일입니다. 중국이 작년 낮은 수준의 대출과 통화증가율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는 대출확대와 통화완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기·금융시장 상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통화증발→부채비율증가→물가급등→경기하강→테이퍼링+금리인상입니다. 중국의 경우 통화긴축→부채비율하락→물가안정→경기저점→통화증가+금리인하로 볼 수 있습니다.

서방세계에선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두고 '성장 절벽론'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중국은 경제 성장 잠재력이 손상을 입은 것이 아닌 방역으로 성장률을 낮춘 것입니다.
전세계 주요 기관들의 중국 국내총생산(GDP) 전망. /표=CEFRI
중국은 올림픽과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GDP 성장률이 낮아졌지만, 얻은 것이 있습니다. 초강력 디지털 사회 통제시스템과 위기대응 전국민 관리시스템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이 본격화됐을 때 준전시상태를 2년간 유지해 본 것입니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보다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1000만 이상 인구를 가진 도시 3개를 봉쇄 조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도시인구의 실시간 통제, 실시간 배급제를 완성했습니다. 사실상 테스트를 해본 것입니다. 유사시 미국과의 긴급사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본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전쟁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경기하강은 미국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62%밖에 실행하지 않은 중국은 이를 핑계거리를 삼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대 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시진핑의 3연임이 예정돼 있습니다. 미·중 전쟁의 재가열은 중국지도자의 연임과 리더십강화에 유리합니다.

저점 통과하는 중국…올해 GDP는?

중국은 연간 1100만명의 대졸자를 고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GDP 목표를 세웁니다. 통상 중국은 1100만고용을 목표로 잡지만 실제로는 1200만~1300만명을 고용합니다.

GDP 1%당 고용유발계수를 감안해 연간 1200만~1300만명의 고용을 달성하는 성장률을 추정해 보면 중국은 5.2~5.7%대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5.2~5.7%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정부 GDP 목표는 5.5% 안팎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중국이 올해 5.6% 성장하면 GDP 순증가분이 한국의 연간 GDP의 88% 수준에 달합니다. 5% 성장하면 78%, 4.5% 성장해도 70%에 달합니다. 이런 중국 경제를 두고 6%대에서 5%대로 성장율이 낮아지는 것을 두고 경제위기와 성장종말론을 얘기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지금 중국은 미·중의 기술전쟁을 앞두고 기술과 내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합니다. 단순한 돈 퍼 넣기 내수경기부양이 아닙니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을 겪으면서 큰 수업료를 냈습니다.

중국은 공급망 안정화에 따른 소비가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소비가 미국 다음으로 커졌는데,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도 미국식 스테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분과 한국 GDP 비교./ 표=IMF, CEFRI
세계 공장인 중국의 생산차질은 사회시스템 붕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경기부양에 신중합니다. 내수경기부양은 물론,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공급망의 플랫폼화, 소비 플랫폼의 투명성제고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토류 금속회사의 통폐합과 대형화, 플랫폼기업의 반독점제재 그리고 투명성 제고가 대표적입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의 규제나 희토류 기업의 통폐합을 민영기업 억제, 국유기업 강화로만 볼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 공급망 전쟁의 와중에서 중국내부의 절실한 사회문제, 산업 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몸부림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에 봄이 오는지는 강에 노니는 오리가 가장 먼저 압니다. 투자는 경기하강 시점이 아닌 저점에 매수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중국의 올해 4분기 GDP 성장률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답은 분명히 있습니다.

서방언론은 헝다그룹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금융위기 상태라고 판단했고, 알리바바 등 빅테크기업의 반독점제재로 기업의 영업환경 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서방기업의 대중국직접투자(FDI)는 사상최대치를 갱신했습니다. 작년에 20%나 증가 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증가폭입니다. 서방언론은 중국위기론을 말했지만, 외국 기업들은 꾸준히 투자를 늘렸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4분기 GDP가 2분기 연속 5%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에도 12월 외국인의 중국 주식 매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 1월 들어서도 유입액은 작년 11월 유입액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날 중국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습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중국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두고 미국 경기는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아웃', 중국은 바닥을 탈출하는 '바텀아웃'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중국 경제는 성장절벽이 아닌 경기저점 통과로 볼 수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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