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심각한' 디지털 광고비 과다 청구

국내 디지털 광고사기 손실 3조1800억
광고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 부담 전가
광고사기 예방할 '인·검증 시스템' 필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디지털 광고비의 과다 청구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실제로 노출된 광고 빈도보다 광고비가 많이 계상돼 광고 집행 결과를 믿기 어려워졌다. 광고 집행의 신뢰성을 해치는 주범은 애드 프로드(Ad fraud)라 불리는 디지털 광고 사기다. 애드 프로드란 소비자가 광고를 보지 않았는데도 광고 단가의 측정 방법을 악용하는 악성 소프트웨어나 봇(bot)으로 부정 클릭, 인스톨, 트래픽을 유발함으로써 정상적인 광고 시청처럼 속이고 광고 효과를 거짓으로 부풀려 광고비를 부당하게 챙기는 사기 행위다.

광고 사기의 빈도를 살펴보면 대량 장치에 의한 광고 자동 설치, 가짜 광고의 자동 조작, 광고 신호 코드의 해킹(SDK Spoofing) 순이며 이 밖에도 가짜 클릭, 클릭 부정 삽입, 인센티브 남용, 눈에 띄지 않게 광고 숨기기, 위장 도메인, 배너 여러 개를 겹쳐 노출하기가 있다. 광고계의 보이스피싱이라 할 수 있는 애드 프로드는 허황된 메시지로 속이는 사기 광고보다 더 나쁜 광고사기 행위다. 광고주는 눈뜬 상태에서 코를 베이는 격이다.세계광고주연맹(WFA)은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500억달러(약 593조원) 규모의 디지털 광고 사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케팅 분석 기업인 앱스플라이어는 한국의 디지털 광고 사기 점유율이 세계 평균치의 두 배나 된다고 분석했다.

이 근거에 따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국내 디지털 광고 사기의 손실 규모가 3조18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광고비가 총 광고비의 50%를 초과한 7조원이라고 하지만, 광고 사기로 인한 손실액을 빼면 실제 광고비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기 피해 규모가 해마다 급증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최근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사기 업체를 검색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사람으로 판명되지 않는 비휴먼 트래픽 패턴을 이용해 부정적인 트래픽을 적발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나아가 외국의 미디어 데이터 인증·검증 기구와 협력하고, 디지털 광고 사기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준비하면 광고산업계의 건전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광고 사기는 광고주에게도 피해를 주지만 광고비 증가를 초래해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게 한다. 데이터 댐(data dam)은 정부에서 발표한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이다. 21세기의 원유라는 데이터를 댐에 가득한 물처럼 담아 활용하자는 방대한 구상이다. 이때 데이터를 무조건 많이 모으기보다 건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면 광고 사기 행위가 바이러스 창궐하듯 순식간에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인증·검증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미디어·광고 데이터의 수질 관리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부처에서는 ‘미디어·광고 데이터의 인증·검증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미디어인증위원회(MRC: Media Rating Council) 같은 공적 기구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설립 논의나 검토가 아닌 가동이 시급하다. 미디어인증위원회는 1960년대에 설립된 비영리단체인데, 디바이스별로 광고 효과 측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광고 사기 방지에 기여해 왔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이 위원회의 인증을 받고 있으며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인증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데이터 수집, 데이터 처리, 결과 산정의 단계별로 조사의 최소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광고 데이터의 인증·검증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광고 사기를 예방하면 광고비의 과다 청구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보다 모두가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