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원자로와 똑같은 '미니 원전'…부품 부식·균열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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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IASCC 장비 구축공장에서 쓰는 각종 설비가 시간이 흐르면 녹슬듯 원자력발전소 내부도 부식된다. 원자로 격납용기 등 원전 내부 1차계통은 우라늄 핵연료에서 나오는 중성자, 고온·고압의 냉각재 등에 노출돼 손상이 더 빠른 편이다. 원자로에 사용된 소모성 부품은 장갑, 마스크, 헬멧 등과 마찬가지로 유해한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불의의 사고를 미리 막으려면 부식 속도를 정확히 예측해 제때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360℃·200기압 내부 묘사해
초미세 균열도 정확하게 측정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중성자 조사(照射) 때문에 생기는 응력(외력이 가해질 때 물체 내부에 생기는 저항력) 등으로 부식이 가속화하는 현상을 실증하는 모의 설비 ‘IASCC’를 구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IASCC는 조사로 인해 생기는 응력·부식·균열의 줄임말이다.IASCC는 (원자로 압력용기에 해당하는) 고온·고압 반응기에 펌프와 냉각수 배관을 연결하는 등 원자로 1차계통 구조를 재현했다. 최대 온도 360도, 압력 200기압 이상 등 원자로 환경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원자로 부품의 부식 및 균열 양상과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인 수㎛(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부식·균열까지 측정 가능하다. 또 외부에서 조종 가능한 로봇 팔을 설치해 작업 안전성을 높였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기존 실증 장비는 방사선 차폐가 잘 되지 않거나, 고준위 시료를 취급하는 대형 콘크리트 핫셀(차폐시설)과 혼합돼 있어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었다”며 “원자로 내부 고온, 고압 환경을 완벽히 구현한 검증 시설은 IASCC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IASCC는 김성우 원자력연 재료안전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팀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3년여 연구 끝에 개발했다. 이달부터 1년간 시운전을 거쳐 내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김성우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 대형 경수로 내부 부품 손상 원인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