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前 실탄 확보" 매도세에…'1월 효과' 실종

코스피 2900선 밑으로

기관·외국인 '쌍끌이 매도'
연초 이후 코스피 2.9% 하락
1월 성적표 '마이너스' 가능성

기관, 포트폴리오 재조정 나서
인덱스펀드·ETF에 LG엔솔 편입
美 양적긴축 움직임도 악재로
지난해 7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은 지지부진했다. 해가 바뀌자 투자자들은 ‘1월 효과’에 작은 기대를 걸었다. 2017년부터 5년 연속 1월 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신기술을 발표하는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기대, 매년 부진했던 경기민감주에 대한 낙관론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올해 1월 중순까지 ‘1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월 효과’는 없었다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는 경험에서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1월 한 달간 2018년과 2019년, 2020년 각각 1.94%, 3.23%, 2.41% 상승했다. 2021년엔 7.39% 올랐다. 대부분 1월 중순 이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7일 코스피지수는 1.09% 하락한 2890.10에 마감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약 2.94% 하락했다.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한 건 미국 중앙은행(Fed)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했다. Fed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된 상태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Fed가 ‘자산 축소(양적긴축)’ 카드를 올해 내밀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2023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양적긴축 이슈가 고개를 들면서 성장주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올 들어 11거래일 만에 카카오는 17.42%, 네이버는 9.25% 급락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각종 경제 지표가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Fed는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LG에너지솔루션發 증시 급락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이날 국내 증시 하락폭이 더 컸던 이유는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에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서 기관 주문액은 1경원(1조원의 1만 배)을 넘겼다. 상장하면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MSCI, 코스피200, 코스피50 등 주요 지수에 LG에너지솔루션이 편입될 확률이 크다는 얘기다. 기관은 기존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의 기존 종목 비중을 줄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할 자리를 만들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총 2위에 해당하는 종목을 충분히 편입하지 못하면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락일 이후 배당주에 대한 프로그램 매매까지 겹치면서 이달 기관의 순매도액은 6조2300억원을 기록했다.미국과 중국의 소매판매가 부진한 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부추겼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0.1%)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조기 긴축 정책과 글로벌 소비 감소, 수급 부담이라는 삼중고가 국내 증시를 짓누르면서 당분간은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금씩 저가 매수에 들어갈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역사적으로 첫 금리 인상 이후 한두 달간 지수는 평균 10%가량 빠지지만 5~6개월 뒤엔 전고점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