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동 전문' 검사장 공모…검사들 "전례 없는 일" 반발(종합2보)

임용 보직 비공개…공석 광주고검 차장 채우고 대검·법무부 발령 가능성
특정 인사 '내정설' 논란까지…"광주의 비극 기회 삼은 알박기 시도라면 사악"
법무부가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를 대검 검사(검사장)로 신규 발탁하기 위한 외부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법무부는 17일 '2022년도 검사 임용 지원 안내' 공고를 내고 검사장급 경력검사 신규 임용 지원을 21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지원 자격은 10년 이상 재직한 ▲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 ▲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국영 및 공영 기업체·공공기관 등에서 법률 관련 사무에 종사한 사람 ▲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 등이다.

법무부는 특히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 분야에 실무 경험 또는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임 검사장은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다음 달 중순 결정될 전망이다.

선발 예정 인원은 1명이지만, 적격자가 없으면 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공석인 광주·대전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고 관심이 높은 우수 자원을 뽑겠다는 인사 기조도 설명했다.

당시 박 장관은 공석 2자리를 승진 인사로 채우는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나 정권 말 인사에 대한 청와대 내의 반대 기류,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에 마땅한 산업재해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 등이 작용하면서 인사 규모와 방식이 '1명 외부 임용'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번 공고에 신규 임용되는 검사장이 어떤 보직에 임명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광주에서 발생한 신축 아파트 건물 외벽 붕괴 사건을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광주고검 차장 자리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지휘라인에 외부 인사를 보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에도 노동 관련 현안 수사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굳이 외부 인사를 뽑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인사를 점찍어 두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처음에는 내부 승진 인사를 언급했다가 이후 외부 임용 카드를 꺼낸 것을 보면 확실한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와의 사전 교감 없이 이런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공고를 내면서 별도의 보직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외부 인사를 광주고검 차장으로 임명하되, 대검에 중대재해범죄 관련 TF를 만들고 단장 직무대리로 발령내는 방법이 있다"며 "박 장관이 산업재해, 노동인권 분야에 '헤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계산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비검찰 출신 인사를 고검 차장에 임명하면 사실상 수사 지휘가 어려울 것"이라며 "법무부에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앉히려는 것 아니냐"고 내다봤다.

정유미(50·사법연수원 30기) 광주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광주에 대규모 건설 재해가 두 번이나 발생해 마음이 아픈데 이 비극을 기회로 삼아 엉뚱한 인사를 검찰에 알박기하려는 시도는 아닐 텐데 그런 시도라면 너무 사악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을 지원할 인력이 아니라 검사장급 전문가를 뽑는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갸우뚱한다"며 "이 시점에 왜, 어디에 필요한지 잘 상상이 안 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사 공지"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