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70% 손상돼도 증상 없어…간질환 있으면 6개월 단위 검사를"

김범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

정기적 검사가 최고의 예방법
간암 조기 발견땐 완치 가능성

과음 영향 젊은 간암환자 늘어
40대부턴 건강검진때 검사를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은 70% 이상이 손상돼도 뚜렷한 증상이 없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완전히 망가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갑자기 병세가 나빠진다. 김범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간암에 취약한 만성 B·C형 간염, 지방간 환자라면 6개월에 한 번 혈청 알파태아단백 등 간암 조기진단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에서 간 이식 등 간·담도·췌장 외과 수술을 도맡고 있다. 이 분야에 몸담은 지 16년째다. 김 교수에게 간암은 왜 발병하는지, 간 이식의 조건은 무엇인지, 이식 후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물었다.▷간암의 원인은 뭔가.

“간암의 80%는 만성 B·C형 간염으로 인해 생긴다. 간염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간에 흉터를 남기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간이 딱딱해진다. 그러면 암의 전 단계인 이행성 결절(종괴)이 생기게 되고,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병이 많은 편인데, 한국은 B형 간염이 더 많다. B형 간염 백신이 도입된 시기가 1980년대 초중반으로 외국에 비해 늦었기 때문이다.”

▷비만도 간암에 영향을 미친다는데.“그렇다. 나머지 20%는 음주, 비만 등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긴다. 특히 음주 문화가 보편화돼 있는 한국에서는 과음으로 인한 젊은 간암 환자도 많이 증가하는 편이다. 이런 환자들은 독성 간염이 병행되면서 증상이 단기간에 확 나빠진다. 소변량이 급격히 줄고 신장 손상으로 인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진다.”

▷간 절제술만으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나.

“그렇진 않다. 간 절제술은 종양이나 병변이 있는 곳을 일부 잘라내는 수술이다. 간 기능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거나 간경변증이 심하다면 간 이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간 이식 수술이 가능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간 이식은 손상된 간을 들어내고 새 간을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기 간 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이다. 하지만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개수가 많을 땐 수술이 어렵다. 보통 간암 개수가 3개 이내이고, 암 크기가 3~5㎝ 미만일 때 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암이 혈관까지 침범했다면 간 이식은 ‘금기사항’이다.”

▷혈관 침범 시 간 이식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간 이식을 할 때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데, 혈관 침범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재발 가능성이 더 커진다. 간 이식 후 재발은 일반적인 재발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속도가 빠르다. 이런 환자들은 먼저 방사선 치료를 통해 병기를 낮춰서(다운스테이징) 간 절제 수술 가능 여부를 따질 수 있다.”

▷간 이식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수술 후 관리는 수술의 성공률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골고루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며 영양 상태와 면역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간혹 간에 좋다는 이유로 미나리, 상황버섯 등 여러 약재를 챙겨 먹는 환자들도 있는데,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줘 병세가 나빠질 수 있다. 전문의의 조언을 따르는 게 우선이다.”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간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최고의 예방법이다. 만성 간염 환자, 간 질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런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도 커진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도 40대 이상이라면 일반 건강검진 시 한 번 정도 검사를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