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매출의 12%를 R&D로…희귀질환·코로나 신약 만든다

지난해 1124억원 연구개발에 사용
황반변성 치료제 조만간 품목 허가
고형암·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 속도
경기 용인시에 있는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한 직원이 신약후보물질의 약효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연매출을 1조원대로 끌어올리며 국내 제약사 ‘빅3’가 된 종근당이 신성장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신약 개발에도 힘을 주고 있다. 신약 개발은 항암제부터 희귀질환,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2호 바이오시밀러 출시 임박

종근당의 신성장동력 확보 노력은 연구개발(R&D)비 수치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1~9월 종근당의 매출은 9817억원이었다. 이 중 약 12%에 해당하는 1124억원을 R&D에 썼다. 국내에서 매출 대비 R&D 투자비가 두 자릿수를 넘는 제약사는 흔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종근당은 조만간 R&D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CKD-701(주성분 라니비주맙)’에 대한 품목 허가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가 떨어지면 빈혈치료제 ‘네스벨’에 이은 종근당의 2호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나 염증 등으로 기능을 잃는 질환이다. 심하면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비정상적으로 생긴 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에 손상을 일으켜 발병하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종근당은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CKD-701과 오리지널 의약품을 각각 투여한 뒤 3개월 후의 최대 교정시력을 비교한 결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형암 신약으로 임상 1상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702’다. CKD-702는 고형암에서 암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항체 물질이다. 이들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의 증식 신호를 차단할 뿐 아니라 수용체 수 자체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임상에서 CKD-702가 이들 두 수용체를 동시에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이 전임상 결과를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암 연구 학술행사인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했다.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CKD-702는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해외에서도 임상 1·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향후 치료 효과를 사전에 추론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유형에 따라 투약할 환자들을 선별해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암종으로도 치료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희귀질환·코로나19 신약도 개발

해외에서 임상 중인 신약 후보물질도 있다. 유럽에서 임상 1상을 하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CKD-508’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에스테르를 운반하는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저밀도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약물이다.

같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기존 경쟁 약물에서 나타났던 지방 내 약물 축적,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인 ‘CKD-510’도 유럽 임상 1상 중이다. 지난해 4월 식약처에서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나파벨탄’은 중증 코로나19 고위험군 환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