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김건희 녹취록' 들으며 관음증적 상황에 불편"

MBC, 김건희 씨 '7시간 전화 통화' 일부 내용 공개 (사진=연합뉴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을 유튜브 채널로부터 받아 방송한 MBC에 대해 "남의 등이나 치는 모습을 버젓이 방송하는 MBC, 이참에 공영방송 등의 수신료 폐지까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1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MBC '스트레이트' 방송을 보며 제일 불편했던 점은 누군가가 남을 이용하기 위해 몰래 녹음하는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관음증적 상황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윤 전 의원은 "결국 공중파로 이것을 내보내고, 남의 등을 쳐 말을 따낸 자를 당당히 출연까지 시킨 준공영방송 MBC가 도대체 뭐 하는 방송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면서 "요즘처럼 수백 개 민간 채널이 있고,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는 세상에서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 준공영방송이 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는 큰 논란거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도 국민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고, 통합을 증진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다"라면서 "TV를 안 봐도 순순히 수신료를 내는 것은 그런 공동체 의식 때문이다. 언젠가 철이 들면 영국 BBC처럼 품격이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 '스트레이트' 방송이 있던 날 영국의 문화부 장관은 BBC 수신료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루 뒤 약간 입장을 순화 시켜 폐지 관련해서는 앞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물러섰지만, 그의 취지는 분명하다"면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청년들에게 정부 운영방송의 수신료를 걷을 이유도 없고, 정부가 방송을 운영하는 시대도 지나갔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의원은 "BBC가 근래 평판이 악화한 이유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잘사는 대도시 중심 방송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점(Too left-leaning and too London-centric)’ 때문이었다"면서 "KBS, MBC보다 양반인 BBC도 훨씬 더 높은 눈높이와 시대적 변화에 맞추지 못해 냉정한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MBC '스트레이트'의 선정성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공공성 역시 국민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경쟁력이다. 그것이 없다면 국민의 돈으로 존재를 보장받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앞서 MBC는 16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 씨가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명수 씨와 나눈 사적 대화 성격의 녹취를 전했다.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 소개되면서 지상파 방송이 이를 보도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논란을 야기했다.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비윤리적으로 녹음되고 건네진 사적인 대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행위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라며 "그런 희대의 사기꾼을 기자인 듯 포장해주면서 마치 의로운 공익제보자라도 되는 듯 방송에 출연시킨 MBC의 모습이 기막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MBC 사태’는 정치적 반대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공영방송이 보였다는 점에서, 진영에 갇힌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면서 "이런 광경이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우리가 진짜 검증해야 할 것은 김건희가 아니라 공영방송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문화부 장관은 100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초 공영방송사 영국 BBC에 대해 2028년부터 수신료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