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김건희 미투 발언' 관심…"윤석열 아내, 분노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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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영국 인디펜던트 등 보도주요 외신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미투' 관련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SCMP "김건희 발언, 역효과 냈다"
인디펜던트 "한국서 김건희 비판 이어져"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이른바 '7시간 통화' 공개로 알려진 김 씨의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 보도했다.SCMP는 '남자가 돈을 내지 않으면 미투가 발생한다. 한국 대선후보 윤석열의 아내가 유튜브 댓글에 분노를 일으킨다'('MeToo moments occur when men don’t pay': South Korean presidential candidate Yoon Seok-youl’s wife sparks outrage with YouTube comments)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SCMP는 "더불어민주당의 스캔들을 강조하려던 김 씨의 발언은 '보수는 돈을 낸다'고 주장하면서 역효과를 냈다"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이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인디펜던트도 이날 '한국 대선후보의 아내가 미투는 남성이 여성에게 돈을 주지 않을 때 발생한다'(South Korean candidate’s wife says #MeToo complaints occur when men don’t pay women)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인디펜던트는 "한국의 사회활동가들은 SNS를 통해 김 씨가 성범죄를 당한 미투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으며, 김 씨가 성범죄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김건희 씨가 해당 녹취를 보도한 MBC 측에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성 착취에 연루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했다고도 했다.앞서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6일 김 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기자 이명수 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김 씨는 통화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사건에 대해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잡자고 했다"며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라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다. 그렇게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으며 그래야 미투가 별로 안 터진다"며 "(진보 진영은)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겠지, 이해는 다 가지 않나. 나는 다 이해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로부터 피해를 당한 김지은 씨는 즉각 반발했다.김지은 씨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김 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며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 씨의 태도를 봤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쉽게 폄훼하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씨가 공개적으로 표명한 의사가 아닌 타인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공론화 된 것이 그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여론도 팽배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미투 논란'에 대해 "사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 가지고 2차 가해란 표현은 성립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뉴스토마토의 '노영희의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김 씨가 안 전 충남지사와 김지은 씨 간 사적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사견을 얹어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후보 배우자가 만약 공개적인 공간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본인의 이런 사견을 피력해 김지은 씨에 대해 얘기했다면 2차 가해란 표현이 성립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대표는 김 씨가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본인의 느낌을 평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일반적인 시민들도 어디선가 한번 접해 봤을 만한 풍문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