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경구 "정치인이 말하는 '각자의 정의'는 정말 다르더군요"

영화 '킹메이커' 설경구

1970년대 대선 배경 실화
변성현 감독 신작…26일 개봉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킹메이커’다.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대의와 신념을 앞세우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연출했다.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주연배우 설경구(사진)를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감독님은 김운범이 큰 인물로 보이길 바랐다고 했지만 저는 그보다 개인으로서의 김운범을 그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극중 운범이 대선 후보로 결정됐을 때도 인간 김운범으로 보이길 바라며 연기했죠.”설경구는 지난해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었다. 킹메이커는 원래 지난해 12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강화로 개봉이 연기돼 설 연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킹메이커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1971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박정희와 맞섰던 신민당 후보 김대중과 그를 도왔던 엄창록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처음엔 배역 이름도 실명이었는데 그러지 말자고 얘기했어요. 근현대사를 모두 아울렀던 분이라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연기할 때에도 실존 인물을 그대로 따라 하진 않으려고 했어요. 저와 실존 인물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한 것 같아요. 완전 무시하지도 않고, 따라 하는 것도 아닌 지점에서 연기했습니다.”

정치인 캐릭터인 만큼 연설 장면이 많아 이에 대한 고충도 심했다고 한다. “다섯 번 정도의 연설 장면이 나오는데, 성격 자체가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컸어요. 특히 영화에서 중요한 목포 연설 신은 촬영 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죠. 대선 후보들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작품엔 두 캐릭터가 상징하는 대의명분과 수단,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운범은 큰 판을 만드는 캐릭터이고, 킹메이커를 맡은 서창대는 복잡한 감정을 오가며 놀아야 하는 역할이에요. 저는 자리를 잡아주고 판을 깔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극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로는 “정의는 승자의 단어다”라는 이 실장(조우진 분)의 대사를 꼽았다. “정치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인은 각자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각자의 정의’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죠.”

상대역을 맡은 이선균에 대해선 “기복이 없고 멘털도 강한 사람”이라며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사람이라서 든든했고, 그 덕분에 아주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