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완전 선진국' 극복하려면

양적 성장에도 낮은 행복지수
높은 자살률·저출산·양극화 등
위험 줄여 지속가능성 높여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작년 여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가 격상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객관적, 외형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2022년 현재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정치권 이념 갈등은 물론 세대 간 격차와 집값 폭등에 따른 사회 갈등, 공정성 갈등이 증폭되면서 자축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충분히 공지하지 않고 판매한 상품의 경우 ‘불완전 판매’라고 해 ‘완전한 판매’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도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와 모든 세대에 걸친 높은 자살률, 그리고 역대급 저출산율 같은 위험 요인을 감안해 보면 선진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헬조선’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은 ‘불완전 선진국’이다.

서유럽과 일본, 미국 등 기존 선진국들이 120년 이상의 시간과 네 세대에 걸쳐 쌓아올린 산업 인프라와 경제적 부를 우리는 불과 두 세대 만에 속도전을 통해 만들다 보니 큰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 불완전 선진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리스크로 인한 불안감으로 현재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있다.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한국을 ‘불완전 선진국’에서 ‘완전한 선진국’으로 만들어나갈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기를 기대해 본다.불완전 선진국을 완전한 선진국으로 변화시키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와 같은 양적 성장 목표보다는 다음 세 가지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블랙스완’형 위험이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 알고 있는 ‘회색 코뿔소’형 위험들이다.

첫째, 고령화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리스크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5세로 조만간 일본을 추월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뉴스는 작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198위라는 사실이다.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지난 10년 정부의 노력은 대실패로 끝났다. 인구 문제만을 전담 해결하는 ‘인구청’을 신설하고 글로벌 한류를 이용해 투자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전략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국내 투자 외국인과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을 선별해 영주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극화 리스크다. 소득 양극화는 전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 반해 오프라인에만 기반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대면 서비스 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정착시키고 실패한 기업과 사업자들에게 재활의 기회(second chance)를 제공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의 50%를 넘었고 구매력의 70%에 달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도시 간 협약을 통해 두 지역을 왕복하며 살 수 있게 하는 멀티시티 라이프 스타일 도입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셋째, 교통사고 사망과 자살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 생존자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주는 불행한 사건이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면 아직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살률은 지난 1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20년 통계로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8.6명으로 세계 1위다.

이젠 정부가 ‘국민 행복청’을 만들어 시민들의 멘탈 웰빙과 행복감을 관리해줘야 하는 시점에 왔다. 구글, 삼성전자 같은 선진 기업들은 직원 케어 시스템을 운영해 직원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의 불행지수를 낮추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자연재해 세계 1위, 상시위험 사회인 일본보다도 더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한 우리는 영원한 불완전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