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공약' 품은 이재명, '일자리 카드'로 수도권 공략(종합)

중도보수 구애·경제대통령 행보 가속…"물 끓기 위한 비등점"
대장동 '월요리스크' 부담에 지지층 이탈 '경고음'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일자리 카드를 들고 중도층이 밀집한 수도권 민심 공략을 본격화했다. 새해 들어 집중하고 있는 친기업·친시장 메시지에 이어 일자리 성장론을 들고나오며 '경제 대통령' 행보를 가속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300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 '청년고용률 5%포인트 향상' 등을 골자로 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특히 사회서비스 일자리 공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 공약을 실사구시 입장에서 과감히 수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전문가이자 국민의힘 유력 인사인 유 전 의원의 공약을 '벤치마킹'했다고 공언한 것으로, 수도권에 포진한 상당수의 중도·보수 표심에 어필하기 위한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판도의 분수령이 될 설 연휴를 열흘가량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 던진 카드인 셈이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설 연휴 기간 제2의 고향인 경기도에 주로 머물 것"이라며 "방역 점검과 아울러 물가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을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현 상황을 '축적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다득점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준비된 경제 대통령'이라는 캠페인을 반복하며 차근차근 득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차례 대선을 치른 한 다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이 후보의 지지율 경향을 보면 잠재력과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며 "윤석열 후보에서 빠져나온 일부 중도층이 안철수 후보에게 가 있지만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결국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도 "지지율을 한 포인트씩 축적해 나가는 시간"이라며 "친문 중에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는 지지층도 이제 서서히 이 후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훈식 본부장은 "물이 끓기 위한 비등점의 시간으로 생각한다"며 "'이재명다운' 후보에서 '대통령다운' 후보로 전환하고 있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고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는 국민 이미지 형성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선 레이스 내내 발목을 잡아 온 '대장동 불길'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어 당내에는 불안해하는 시선들도 여전히 있다.

특히 기소된 '대장동 키맨들'을 대상으로 한 법원 공판이 매주 월요일 열릴 예정이어서 일각에서는 '월요일 리스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재판정에서 그들이 '입'을 열 때마다 언론을 통해 부각될 의혹이 사실 여부를 떠나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 동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재판 과정에서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증명할 새로운 '팩트'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직접적 대응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재판 자체를 이 후보의 비리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맞서는 것 자체가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당력 소모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민주당은 검찰의 빠른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가리자는 입장이다.

여야 간 협상 공전이 되풀이되는 '대장동 특검'을 상설특검법에 의거, 조속히 실시하자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에서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은 그 점(대장동) 외에는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대장동 의혹은 대선과 관계없이 그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지지층이 이탈하는 '경고음'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선대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당원 4천여명은 전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후보에 대한 대선후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 후보가 이른바 '민주당 정신'에 위배돼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속칭 집토끼가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지 않다는 진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상당 부분 있다. 여전히 민주당 내부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