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조해진…그림과 함께 읽는 한국문학

신간 '시를 읽는다'·'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
박완서(1931∼2011)는 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시를 즐겨 암송하고 좋은 시집을 가까이 둔 작가의 모습이 산문 곳곳에서 목격된다.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2010) 중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에는 시를 즐겨 읽는 이유를 특히 솔직하게 적었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읽는다고 담백하게 말한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곧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고독함으로 향한다.

시와 삶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문장들은 차라리 시로 읽힌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박완서 11주기를 앞두고 나온 '시를 읽는다'는 작가의 문장들과 이성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시그림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맑으면서 강렬한 그림이 문장의 여운을 증폭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조해진의 짧은 소설 여덟 편과 곽지선의 그림들을 한데 담았다.

우리 사회 주변부를 신중하게 관찰해온 조해진은 한발 더 나아가 SF적 상상력을 풀어낸다.

'X-이경'과 'X-현석'은 미지의 행성과 충돌을 26일 앞두고 재회한 연인 이야기다.

다른 소설 속 인물들은 우주선 고장으로 16년간 우주공간을 떠돌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귀환을 준비하거나('귀환'), 생명연장 프로젝트에 성공해 233년째 살아있다.

('CLOSED')
미래 역시 낙관적이지 않은 탓에 타인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작가는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실은 '허락하고 싶지 않은 미래'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 시를 읽는다 = 작가정신. 40쪽. 1만3천 원.
▲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 마음산책. 216쪽. 1만4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