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썸 "잊혀진다는 두려움도…많은 분들 제 곡에 기댔으면" [인터뷰+]

래퍼 키썸 인터뷰

19일 신곡 '사실 누군가 날 감싸 안아 주길 원해' 발표
"힘든 시기에 쓴 곡, 이 정도로 어두운 노래는 처음"
"'혼자 아니다'라며 응원 건네는 느낌"
"신곡 성적 기대? 많은 분들이 제 곡에 기댔으면"
래퍼 키썸 /사진=최혁 기자
래퍼 키썸이 지난 활동을 돌아보며 느낀 솔직한 소회를 음악에 꼭꼭 눌러 담았다.

키썸은 19일 낮 12시 새 싱글 '더 세컨드 키 투 썸 아일랜드(THE 2nd KEY TO SUM ISLAND)'를 발매한다.키썸의 장기 프로젝트 '썸 아일랜드(SUM ISLAND)'의 두 번째 시리즈인 이번 신곡 '사실 누군가 날 감싸 안아 주길 원해'는 앙상하고 마른 나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인 'Bare Tree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힙합 어쿠스틱 장르의 곡이다.

기존 밝고 에너제틱한 키썸의 분위기와는 다른 서정적이고 잔잔한 곡의 흐름이 부드럽게 귀에 감겨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이 곡은 29세가 된 키썸이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직접 쓴 노래로, 시간이 지나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지고, 서로의 관심사도 달라지고, 나만 빼고 모든 것이 바뀌는 기분 속 '잊힌다는 두려움'을 가사로 풀어냈다.

약 1년 10개월 만에 자작곡으로 컴백하게 된 키썸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가을 엄청 힘들고 우울하던 때 이 곡이 나왔다. 아끼던 곡이라 발매를 하고 싶어서 시기를 보다가 조금 늦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이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의 곡은 없었던 것 같다. '잊혀져 가네. 소중했던 시간, 사람들도 모두 다'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고 응원하는 느낌으로 썼다"고 밝혔다.

잊힌다는 두려움을 언제 느꼈는지 묻자 키썸은 "매번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누군가 날 감싸 안아 주길 원해'를 썼던 때를 떠올리며 "코로나19가 터지고 일이 많이 없어졌다. 뭘 하려고만 하면 코로나19가 터져서 행사가 많이 취소됐다. 그러다 보니 자아가 없는 것 같더라. 나이도 곧 서른이라 다른 일을 하기도 애매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느낌이 들어 우울했던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평소 우울한 감정을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는 성격이라는 키썸은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이내 밝게 웃어 보였다.
잊혀지는 두려움에 대해 노래한 키썸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머리 속에는 패기 넘치게 랩을 뱉던 그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Mnet 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에 출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키썸은 지난 날을 돌아보며 "연습생 기간이 길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그 기간까지 더하면 햇수로는 14년간 한 길만 판 거다. 그 과정이 나름 순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갑자기 온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다져온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14세 때부터 그의 꿈은 '래퍼'였다. 당시에는 랩 경연 프로그램도 없던 시기라 어떻게 해야 래퍼가 될 수 있는지조차 몰랐지만, 드렁큰타이거·다이나믹듀오를 보며 막연히 '제 꿈은 래퍼에요'라고 말해왔다고. 키썸은 "무대를 되게 좋아했다. 춤, 노래보다 랩을 할 때가 재밌고, 사람들의 반응이나 느낌도 좋았다. 그렇게 래퍼를 하기로 결심하고 보컬 학원에도 가보고 회사도 들어갔다"고 전했다.
키썸은 앞으로도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담은 곡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가 마지막 20대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항상 그랬듯이 연애하면 연애하는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음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키썸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첫 곡이 '퍼스트 러브'였다. 그동안 냈던 노래를 쭉 들어보면 첫사랑의 느낌으로 시작해 나도 점점 생각이 깊어진다는 게 느껴지더라. 지금의 키썸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곡은 항상 당시의 내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이렇게 하다가 언젠가는 또 첫사랑의 분위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걸 시작으로 올해도 꾸준히 앨범을 낼 예정이다. 잊히는 게 마음 아프기 때문에 오래 활동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수로서의 목표는 음원차트에서 1등을 하는 거라고. 키썸은 "요즘 차트가 정말 콘크리트(진입이 어려운 상황을 비유한 말)다. 노래를 만들 땐 행복하지만 내는 순간부터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잘 안 되면 속상한 것과 같다.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다만 '사실 누군가 날 감싸 안아 주길 원해'에 기대하는 성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냥 많은 분들이 이 곡에 기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한편, 키썸의 이번 신곡은 추후 NFT 콘텐츠 형식의 버추얼 앨범으로도 출시된다. 버추얼 앨범은 부여받은 고유 코드에 접속하면 그 안에서 팬들이 직접 아바타를 움직이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해낸 팬덤 친화형 콘텐츠다. 신곡 편곡 버전과 미공개 포토 및 영상 등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담겨 특별함을 더할 예정이다. 버추얼 앨범은 오는 21일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