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마통 5000만원 뚫었다…LG엔솔이 불붙인 '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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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 잔액 하루에만 1조3000억원 늘어#. 40대 주부 이영란(가명)씨는 이번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위해 4%대 금리의 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을 통째로 사용했다. 여기에 650만원짜리 청약통장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은 610만원까지 2.53%의 금리로 가능했다. 이 씨는 "지난 18일 두 아이의 명의로 KB증권에서 균등 청약 10주를 했고, 남편의 하이투자증권 계좌로 나머지를 넣었다"며 "마통 금리와 예금 담보 대출 금리가 엄청 싼 편은 아니지만, 환불까지 계산하면 3일 정도만 돈을 빌려쓰는 셈이어서 큰 부담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마통 건수 500건↑…MMF 한도 소진되기도
LG엔솔 공모엔 사상 최대인 114조원 몰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공모에 나서면서 이용 가능한 자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한 데 이어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나서는 광풍이 다시 불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서는 청약 첫날인 지난 18일 하루에만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1조3718억원이나 늘었다. 통상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경우, 대출 이자를 적게 부담하기 위해 청약 마지막 날에 자금을 빼는 만큼 19일에는 규모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엔솔 청약을 통해 처음 빚투에 나선 사람들도 많았다.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지난 18일 1557건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11일(1026건)과 비교하면 500건가량 급증했다.
직장인 한기선(가명)씨도 "주변에 분위기가 워낙 뜨거운 탓에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5000만원 마이너스통장을 급히 만들었다"며 "부랴부랴 증권계좌도 만들어서 공모주 청약을 해봤는데 2~3분 만에 거금이 들어가니 신기했다"고 밝혔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머니마켓펀드(MMF) 출금 한도가 소진되기도 했다. LG엔솔 증거금 납입을 위해 거액이 빠져나가면서다. MMF 당일 출금 한도는 전체 MMF 잔액의 5% 혹은 100억원 중 큰 금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MMF 청약 출금 한도가 소진되자, 긴급 자금이 필요한 고객은 지급 예약을 걸어둘 것을 안내하라는 내부 공문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전날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전체 영업점에 내렸다.
은행권은 이번 공모주 청약이 "역대급"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SK아이테크놀로지(SKIET)나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당시에도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MMF 한도가 소진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시행으로 개인 차주들의 추가 대출 여력이 줄면서 예금까지 끌어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이 다시 불면서 LG엔솔 공모엔 사상 최대인 114조원이 몰렸다. 청약 첫날엔 32조700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으며, 마지막 날인 19일엔 81조3000억원이 몰렸다. 청약 참여건수도 442만여건으로, 중복 청약이 금지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1월달 가계대출의 규모는 다시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현재 139조원대지만 14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4월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인 청약에 빚투가 급증하면서 신용대출 증가폭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대출은 11조8000억원이 늘었는데 이중 9조원 정도가 SKIET 관련 대출로 추정됐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