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열흘 흘렀는데…실종자 수색·과제는?

추가 붕괴 위험·잔해 속 수색 난항…다음 주에야 상층부 정밀 수색 전망
피해자들 현대산업개발에 분노…건설안전특별법 조속한 제정 등 재발방지책 추진
광주의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지상에서 난 사고지만 철근·콘크리트 잔해가 뭉개지듯이 쌓인데다가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현장의 시공사는 재개발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학동4구역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로, 불과 7개월 만에 중대 재해가 재발해 공분을 사고 있다.
◇ 39층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무너져…6명 실종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201동 건물이 무너진 것은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다.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도중 바로 아래인 38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이 층층이 무너졌고 쏟아진 잔해로 인해 지상과 지하층 일부도 매몰됐다.

1층에서 공사를 하다가 잔해에 부딪힌 작업자 1명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28∼31층에서 창호, 미장, 소방설비 공사 등을 맡았던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붕괴한 건물 한쪽에 세워진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도 위태롭게 건물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인근 건물 입주민과 상인 200여 세대가 대피했다.
◇ 한파·추가 붕괴 위험 속 실종자 수색…열흘째 5명 못 찾아
사고 첫날에는 외벽 잔재물이 추가로 낙하하거나 타워크레인이 붕괴할 위험이 있어 실종자 수색이 중단됐다.

당국은 12일 긴급 안전진단을 하고 수색을 재개했으나 지상·지하는 매몰된 구간이 많고 상층부 역시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인 곳이 많아 정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대원들은 인명구조견과 내시경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을 투입해 육안으로 살펴보기 힘든 건물 내부를 수색했다.지난 14일 구조견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하 1층 인근에서 A(66)씨가 숨진 상태로 발견돼 수습했으나 현재까지 다른 실종자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국은 A씨가 상층부에서 낙하물이 떨어질 때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다른 실종자들은 상층부의 무너진 공간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20일 현재 붕괴 건물 20층에 전진 지휘소를 차리고 상층부를 수색하고 있다.

상층부의 안전한 수색을 위해 1천200t급 대형 크레인 2대를 투입해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도 하고 있다.

당국은 20∼21일 타워크레인 해체를 마친 뒤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상층부 정밀 수색을 추진한다.

붕괴로 내부가 텅 빈 외벽, 잔해 등도 위험하기 때문에 외벽이 쓰러지지 않도록 보를 설치해 붙들어 맨 다음 건물 내부 잔해를 치워가며 수색을 이어가게 된다.
◇ 가족·주민·입주예정자 "실종자 수색 최우선"…현대산업개발엔 '분노'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피해를 당한 인근 상인, 입주예정자들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찾기라며 다른 대책 요구를 미루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부실한 사과와 정몽규 회장의 사퇴 발표를 접하고는 "대책은 없이 책임 회피만 하려 한다"고 분노했다.

사고 다음 날 유병규 대표이사가 569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으로 사과하자 이용섭 광주시장과 많은 광주시민의 비판이 잇따랐다.

사과 직후 대형로펌을 선임한 점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 조합들에는 자필 사과문 등을 보낸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커졌다.

해당 아파트 예비입주자들은 "정몽규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진 뒤에 사퇴해야 한다"며 아파트 전체 철거 후 재시공과 실종자 가족·입주예정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보상안 마련을 촉구했다.

구조 과정에서 추가 희생은 원치 않는다며 묵묵히 수색 현장을 지켜온 실종자 가족들도 지난 19일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 서구청이 시간을 끌면서 구조를 지연하고 실종자 가족을 방패 삼아 책임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 안전사고 악순환 끊으려면…"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공교롭게도 붕괴가 발생한 날은 국회가 '학동 참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한 날이다.

이날 사고는 철거 공사 중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건축물 해체 공사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는 등 학동 참사와 같은 비극을 방지하려고 마련한 법률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대산업개발이 반복해서 큰 사고를 냈다면서 등록말소, 영업정지를 언급하며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학동 참사 때라도 특별법이 마련됐다면 이번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 중대재해처벌법 대폭 강화, 다단계하청근절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당정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 협의를 열고 광주 붕괴 사고의 실종자 수습과 사고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당정은 발주자와 설계·시공·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관리 책무를 부여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에 힘쓰기로 하고 전문가 정책위원회 구성, 지역별 산업안전 보건협의회와 산업안전 지도관 신설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