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너머 붕괴 아파트 상흔…크레인까지 기울어 '불안'

"봄 오면 끝날까" 실종자 가족들 애타는 마음으로 현장 지켜
"지상에서 난 사고인데도 실종자 아직" 시민들도 건물 올려다보며 '답답'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무슨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0일, 광주의 관문인 유스퀘어 종합터미널 뒤 하늘 위로 기울어진 크레인을 바라보던 신모(31)씨가 낮게 읊조리며 광장을 천천히 가로질러 갔다.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난 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는 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주변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붕괴한 건물이 보인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사고 이후 위태롭게 남은 외벽과 콘크리트 잔해물을 바라봤다.한 시민은 "(세월호는) 바닷속이라서 못 찾더니, 어떻게 땅에서 난 사고도 이렇게 실종자를 못 찾을 수가 있나.

붕괴 상황이 기가 막히다"며 답답해했다.

사고 현장 주변 골목 곳곳에는 '이 구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1조에 의거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그 안쪽으로는 열흘째 실종자 가족대피소와 사고대책수습본부, 도매상가피해자대책위원회, 현장의료지원센터, 자원봉사자 등이 머무르는 공간 등 천막이 서 있다.

붕괴 현장이 마주 보이는 인근 철조망에는 시민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사흘 전 누군가가 노란 리본을 만들 수 있는 노란 띠와 펜을 마련해두면서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우리 곁으로 빨리 돌아오길 바랍니다', '해줄 수 없는 것이 없어서 미안합니다'는 애도의 마음을 쓴 리본을 묶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주변에 마련된 가족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천막 두 동을 붙인 가족대피소에는 종일 전열 기구가 돌아가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막을 수 없다.

기름 냄새도 나고 비좁다.

하지만 가족들 대부분은 무너진 건물 안에 남편이, 아빠가, 동생이 있다는 생각에 근처 임시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주로 대피소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 실종자의 아내는 "숙소에 가도 잠도 오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금이라도 남편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며 "집에 돌아가도 거실에 남편이 입던 옷이 있는데 어떻게 그곳을 가겠냐"며 울먹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피소 밖으로 나와 층층이 무너진 슬라브를 한참씩 바라보거나 안타까운 심경을 담아 '구조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 안모 씨는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청, 광주 서구청을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나섰으면 좋겠다"며 "봄에 끝날지, 여름에 끝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 가족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고 착잡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