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1조에 금리 0.01%P ↑…11조 빚내 돈 뿌리는 정부

적자국채→국채값 하락→시중 금리↑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 압박 심해져

누적 국가부채도 1076조까지 늘어
올 한해 관련 이자 비용만 20.7조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일 발표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이다. 말 그대로 국채를 찍어 빌린 돈으로 추경에 들어가는 재원을 충당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14조원의 추경 예산안 중 11조3000억원이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이는 고스란히 정부 부채로 남아 부담이 누적되는 한편 시중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민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채 금리 밀어올리는 추경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포함한 시중금리는 기본적으로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늘어나는 국채물량도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를 비롯한 전반적인 채권 금리를 끌어올려 시중금리 인상에 영향을 준다.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국채 가격 역시 상당부분 수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채 공급 증가와 같은 의미다. 이처럼 공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도 같이 올라간다.채권시장에서는 이번에 발행되는 적자국채 상당 부분이 3년물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퍼지며 지난달 17일 1.760%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2.067%까지로 올랐다.

채권 전문가들은 적자국채 발행이 1조원 늘어나면 시중 금리는 1bp(1bp=0.0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본다. 이번 국채 발행에 따라 0.1%P(10bp) 이상의 국채 금리 인상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적자국채 발행은 단기물보다는 10년 이상 장기물 가격에 영향을 줘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 시장보다는 회사채 발행과 같은 직접금융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며 "자금조달을 고민하던 일부 기업들이 최근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국채 이자로 내는데만 20조 이상 필요

이같은 시중 금리 인상은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국채도 엄연히 이자를 내야 하는 빚인만큼 이자 상환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에서 정부가 책정한 국고채 이자비용은 20조7000억원이다. 이번 추경 전체 규모의 1.5배에 가까운 돈을 올 한해 이자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자비용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17조2000억원이던 것이 5년만에 3조5000억원(20.3%) 늘었다.

이런 가운데 11조3000억원의 적자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서 나라빚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번 추경으로 누적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 이르렀다.올해 본예산에서 54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던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68조1000억원으로 14조원 확대됐다. GDP의 3.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의 긴급성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추가 지원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의 말이다.

"소상공인 1인당 300만원의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지원이 불가피할텐데 적자국채 발행만으로는 이같은 자금 소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3월 대선에서 정해질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적 합의를 통해 올해 예산안에서 삭감할 부분은 삭감하고, 여기서 소상공인 지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추가 세수가 10조원이 발생했다며 이번 추경을 편성했지만, 다음 정권 초기의 공약 이행 비용 등을 감안하면 추가 세수가 이번에 발행된 적자국채를 상환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결국 소상공인들이 만족할만한 지원은 못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곧 물러날 대통령이 더 걷은 세금을 다 쓰고 나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노경목/정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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