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후발주자 쓱닷컴, 두각 나타낸 비결은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단독 상품’,‘인큐레이팅 전략’에 MZ세대 호응
‘스토리’ 입힌 ‘인포리테일’ 전략 적중
NFT 접목 ‘디지털 명품 보증서’ 주효
SSG닷컴이 2021년 진행한 영화 같은 광고 캠페인 ‘공공대작전’ / 사진=SSG닷컴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포착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트렌드 센싱’이라고 한다.

트렌드 센싱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는 무엇일까.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미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한 ‘MZ(밀레니얼+Z)세대’를 잡았는지를 보면 된다.쓱닷컴(SSG닷컴)은 e커머스 업계의 후발주자이지만 빠른 속도로 MZ세대 고객을 확보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SSG닷컴의 2030 세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의 전체 매출 성장률 20%를 웃도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새로 가입한 신규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SSG닷컴은 트렌디한 단독 상품 출시 등 기존 강점을 보완할 수 있는 ‘트렌디함’과 ‘새로움’을 무기로 내세웠다.

상황 1 e커머스 경쟁 심화
도전 1 쓱닷컴만의 ‘단독 상품’

e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SSG닷컴은 다른 어떤 플랫폼에서도 구매할 수 없는 ‘단독 상품’을 내세워 MZ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SSG닷컴은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부상한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언더마이카’의 대표 상품 ‘발마칸 코트’를 단독 판매한 것이 대표 사례다. ‘언더마이카’는 M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 스트리트 브랜드로, 어떤 패션 플랫폼에도 입점하지 않고 자체 온라인몰에서만 미리 정해진 시간에 한정 수량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SSG닷컴은 언더마이카 상품 판매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이상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블랙 오이스터’ 컬러를 별도로 제작,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한정판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당시 SNS와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고, 확보한 물량은 단 30초만에 전량 판매되는 진기록을 썼다. 모든 물량이 소진됐지만 SSG닷컴은 MZ세대 ‘패션 맛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장보기 분야에서도 숨은 맛집을 발굴하고, 이를 밀키트로 만들어 판매하는 ‘인큐레이팅 전략’을 펼치며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유용욱바베큐연구소’의 베이컨 밀키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종류의 바비큐를 코스요리처럼 맛볼 수 있어 화제가 된 브랜드로, 예약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SSG닷컴은 유용욱바베큐연구소와 6개월이 넘는 협업 끝에 매장에서의 맛을 밀키트로 그대로 구현해냈다. 이 밀키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이 어려워지고, 홈파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뱅앤베이커스(Bang&Baker’s)’ 제품도 마찬가지다. 뱅앤베이커스는 BTS 소속사 하이브(HYBE)에서 상표 출원한 베이커리 브랜드다. SSG닷컴은 지난해 ‘뱅앤베이커스 에그타르트& 티 드링크 세트’ 상품을 한정수량 판매한 데 이어, BTS의 곡 ‘버터(Butter)’의 그래픽 요소를 반영한 패키지의 버터 쿠키와 ‘아쿠아웨이브 with BTS’ 제품을 선보였다.

BTS와 하이브 팬층을 공략한 것이다. 관련 상품 구매 고객 중 절반 이상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고, 하이브와 협업한 상품 구매를 위해 처음 새벽배송을 이용한 고객도 다수 있었다.

상황 2 ‘콘텐츠 커머스’ 전성시대
도전 2 ‘스토리’ 입힌 ‘인포리테일’ 전략

영상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 업체별로 자체 제작한 라이브커머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5월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포리테일’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정보를 뜻하는 단어 ‘인포메이션’과 유통의 ‘리테일’을 합친 말로, 상품 정보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 커머스’의 일종이다.

할인 혜택이나 상품명 등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를 입히는 방식이다. 일종의 ‘온라인 문화센터’처럼 해당 분야 전문가가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판매는 오히려 정보를 전달한 후에 부수적으로 이뤄진다.

단순한 홍보성 판매 전략에 거부감을 보이는 요즘의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덕분에 SSG닷컴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인 게 ‘5분 클래스’다. 전문가가 출연해 실제 구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골프, 요리, 향수 만들기, 홈베이킹 등 M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취미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구독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해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끄는 한편, 할인 혜택이나 상품명 등은 최소화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예능형 콘텐츠에도 힘을 쏟았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는 자체 웹 예능 ‘하루살이 짱상무’는 장항준 영화감독이 특정 기업의 ‘일일 상무’로 나서 파격적인 상품 할인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렸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고객 참여를 유도하며 팬과 함께 이야기(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입담으로 유명한 장 감독 특유의 ‘예능감’을 살려 재미를 주는 동시에 브랜드와 연계한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공개한 네 편의 에피소드는 누적 조회수 약 19만회를 기록했고, 참여 기업의 행사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났다.

영화 같은 광고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SSG닷컴이 지난해 진행한 광고 캠페인 ‘공공대작전’은 공유, 공효진, 유지태, 박희순, 양동근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주목 받았다. SSG닷컴 대표를 납치해 고객을 위한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온라인에서 3000만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SSG닷컴 ‘5분 클래스’에서 이미지 프로가 레슨하는 모습 / 사진=SSG닷컴

상황 3 명품 버티컬 플랫폼의 약진
도전 3 NFT 접목 디지털 명품 보증서

MZ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명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명품 버티컬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SSG닷컴은 차별화를 위해 ‘믿을 수 있는 명품 구매처’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NFT(대체 불가능 토큰)을 접목한 디지털 명품 보증서 ‘SSG개런티’를 선보여 가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뿐만 아니라 중고 거래를 염두에 두고 명품을 구매하는 MZ세대 트렌드를 고려해 모바일 메신저로 보증서를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SSG개런티 서비스 출시 첫 달 명품 매출이 이전보다 약 60% 늘어난 것이다. 객단가가 큰 명품 매출이 늘며 SSG닷컴의 거래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SSG닷컴은 이달 MZ세대를 새로 확보하기 위한 ‘명품·한정판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보테가 베네타, 르메르 등의 인기 핸드백 등을 SSG닷컴 첫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주는 이벤트다.

나이키와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스니커즈 또한 경품으로 내걸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친근한 마케팅을 통해 플랫폼 인지도를 높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보내기 위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e커머스 플랫폼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해졌다.

SSG닷컴이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비결은 세밀하게 계획된 마케팅 전략을 동시다발적으로 펼친 데 있다. 이들이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매우 다채로운 집단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성공의 밑바탕에는 ‘MZ세대 소비자 특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있었다. 취향을 저격하는 색다른 상품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적극 공유하고, 재미가 있거나 도움이 되는 ‘콘텐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찾아 나선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특성을 만족시키자 MZ세대가 SSG닷컴을 찾기 시작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품, 콘텐츠, 서비스 등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세밀하게 제안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 없는 고민은 필수”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테마파크와 만화 영화를 좋아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의 경우 약 1.57억명이 전세계에 위치한 디즈니 테마 파크를 찾았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Magic Kingdom”을 찾은 사람만 해도 한 해 약 2000만명이다.

미키 마우스부터 시작해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겨울왕국 등 수많은 만화 영화들도 어린 아이들의 동심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해 1년5개월만에 가입자수 1억명을 돌파했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디즈니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디즈니의 스토리에 이미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디즈니의 성공 배경에는 “스토리 마케팅”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은 제품을 먼저 만든 후에 스토리를 덧붙이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고객을 설득한다. 반대로 디즈니는 먼저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든 후에 이를 좋아하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겨울왕국 엘사 공주를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굳이 엘사 드레스가 무엇인지, 마법 얼음 궁전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엘사 팬이라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디즈니 제품만을 사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의 브랜드 스토리와 경험을 함께 구매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제품보다 “스토리가 먼저”라는 것이다. 스토리 없이 제품을 먼저 만든 마케터는 고전하겠지만, 성공적인 스토리를 먼저 만든 마케터는 경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

쓱닷컴 역시 인포리테일 전략을 통해 나름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쓱닷컴의 5분 클래스는 소비자에게 일종의 “스토리”를 먼저 제공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에게 향수, 골프, 스트레칭, 와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쓱닷컴만의 스토리를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고 한다.

물론 단발적인 몇 개의 스토리만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는 없다. 사례 기사에 소개된 내용처럼 쓱닷컴만의 단독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차별화를 추구하고,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쓱닷컴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온라인 쇼핑 고객의 특성을 감안해 유입된 소비자들을 어떻게 락인시킬 지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사실 유통회사는 본질적으로 경쟁사와 차별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대부분 같은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에 특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할인, 배달, 기타 서비스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유통업체가 차별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와 같은 경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MZ세대는 기업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 집단이다. MZ세대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인다.

SSG닷컴도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해 ‘단독 상품’,‘인큐레이팅 전략’, ‘인포리테일 전략’, ‘디지털 명품 보증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MZ세대를 공략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알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은 명쾌하게 몇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묶여 있는데다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받아 이들의 특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과 마케터는 지속적으로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계에서는 MZ세대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업과 마케터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MZ세대의 레트로(Retro) 제품 선호도에 대한 한 연구를 보면 MZ세대가 개성표현을 중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제품이나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소속감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성표현’과 ‘공유를 통한 소속감 충족 욕구’를 MZ세대의 특성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최적차별성 이론(optimal distinctiveness theory)으로 설명되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타인과 구별되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유사하게 보여지기를 희망해 차별성과 소속감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마케터들은 공유를 통한 소속감 충족 욕구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MZ세대가 SNS를 통한 정보 공유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것을 ‘소속감 충족’과 연결시킨 점이 돋보인다.

이 연구는 MZ세대를 대상으로 레트로 제품을 판매할 때, 온라인에 해당 레트로 제품 광고를 게시하면서 제품명이나 출시 연도를 퀴즈로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댓글’을 통해 다른 소비자들과 소통하게 만들면 소속감을 충족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마케터에게 ‘MZ세대 알기’는 매일 거르지 않고 지속해야 할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원하는 결과인 건강(마케팅 성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 알기’야 말로 이 시대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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