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민담 고쳐 쓰고 그린 페미니즘 우화

그림책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쥐야, 쥐야, 작은 쥐야, 넌 집도 있는데 왜 결혼을 안 하니? 우리랑 결혼하지 않을래?"
깔끔하고 성실하며 양배추로 만든 집도 한 채 갖고 있는 쥐에게 구애가 쏟아진다. 당나귀, 오리, 고양이…. 쥐는 가장 작고 약해 보이는 새끼고양이를 배우자로 고른다.

그런데 결혼식 날부터 사달이 난다.

고양이 음식을 먹는 바람에 배탈이 난 쥐는 밤새 앓다가 그만 침대에 실수를 하고 만다. 빨래를 하려다가 이번엔 물에 빠져버린 쥐. 새끼고양이가 꼬리를 잡아올려 겨우 목숨은 구했지만 진짜 큰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깔끔하고 성실한 쥐를 비극적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가 쓰고 비올레타 로피스가 그린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은 스페인 민담을 현대적으로 고쳐 쓴 그림책이다. 원래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의 얼개는 이렇다.

'잘난 체하던 쥐가 고양이와 결혼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 19세기에는 훌륭한 신부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여학교에서 교재로 쓰였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겸손하게 살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반대 방향으로 이야기를 변주한다.

잘난 체 대신 깔끔하고 성실한 쥐가 주인공이다.

결말은 같지만 하려는 말은 다르다.

'현명하게 선택하거나 포식자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

' 옮긴이 정원정은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고양이는 잘난 체와는 상관없이 쥐를 잡아먹으니까.

소름이 돋는다. "
오후의 소묘. 정원정·박서영 옮김. 100쪽. 2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