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NA 신약 전쟁' 뛰어드는 K바이오
입력
수정
지면A16
화이자, 대상포진 백신 개발나서미개척 분야였던 리보핵산(RNA)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발현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간 ‘덩치’가 커 세포 안으로 어떻게 전달할지가 RNA 치료제 개발의 과제였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를 계기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모더나는 EBV 백신 임상 1상
SK바이오팜, 비상장벤처와 맞손
뇌전증 신약에 RNA기술 적용
올릭스, 비대흉터 치료제 美 임상
SK·셀트리온, RNA 신약 개발 나서
에스티팜은 20일 ‘RNAissance(RNA와 르네상스의 합성어) 시대의 도래’를 주제로 국내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RNA 치료제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생산하는 에스티팜의 성장 잠재력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시장조사기관 AMR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시장은 연평균 17.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수요 증가 전망은 RNA 치료제 개발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이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자 RNA 치료제가 항암, 뇌질환, 희귀 유전질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 RNA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비상장 바이오벤처 바이오오케스트라와 손잡았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 RNA(miRNA) 기술을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화합물을 합성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있지만, RNA 방식을 새롭게 적용해볼 계획이다.
올릭스·올리패스, 해외 임상 중
국내에서 RNA 치료제로 임상이 가장 앞선 곳은 올릭스다. 비대흉터 치료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비대흉터를 만들어내는 단백질(CTGF)이 발현되지 않도록 ‘설계도(mRNA)’를 바꾸는 치료제다. 바이오니아도 이런 방식으로 폐섬유화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상반기에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올리패스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알지노믹스는 간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표적 RNA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RNA를 심는 치료제다. 작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2a상 승인을 신청했다. 알지노믹스는 GC녹십자와 차세대 RNA 플랫폼을 활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미국 바이오회사인 트라이링크와 mRNA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빅딜·협업 가속
RNA 치료제 개발 움직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등 협력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다이서나 인수 발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16위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작년 11월 RNA 분야 선두 업체인 다이서나를 33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RNA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가장 먼저 받아낸 앨나일람을 노바티스가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최근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간 콘퍼런스에서도 ‘RNA 대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라이릴리는 임상 전 단계인 전임상 파이프라인의 20%를 핵산 치료제로 채우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코로나19 mRNA 백신으로 대박을 낸 화이자와 바이오엔텍 ‘콤비’는 대상포진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모더나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앱스타인 바 바이러스(EBV) 백신 임상 1상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EBV는 B세포에 잠복해 림프종이나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