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핵실험·ICBM 협박…文정부 대북정책의 파탄

북한 김정은이 어제 “미국에 대해 선결적으로 취한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한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도 준비하고 있어 또 어떤 신무기들로 위협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과 한국 대선에 맞춰 이러는 것은 대미 압박수위를 높이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심산일 것이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하며 명분으로 내세운 것을 보면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모라토리엄 선언을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위험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실제적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협박했다.하지만 약속을 어긴 것은 명백히 북한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회담에서 북한 전역에 산재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놔둔 채 노후화한 영변 핵시설 폐쇄만 내세우는 ‘눈속임’이 통하지 않자, 그해에만 9번의 탄도미사일을 쏘아댔다. 이듬해엔 6번의 미사일 도발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이어졌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11번의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고, 핵시설 가동 사실도 드러났다. 미사일도 극초음속, 상하 회피 기동 등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고, 열차·잠수함 발사 등 플랫폼도 다양해져 한·미가 방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이런 무기들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졌을 리 만무하다. 대화 운운하면서 안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에 주력해온 결과다. 애초부터 모라토리엄은 준수 의지가 없었음을 드러내는 증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잇단 도발에 규탄성명 하나 낸 적 없고, 기껏 ‘유감 시리즈’에 그쳤다. 협상도 하기 전에 제재 완화부터 외치니 북한이 얼마나 만만히 보겠나. 결국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주고 파탄난 꼴이다.

북한의 핵실험·ICBM 도발 시사는 미국 본토까지 겨냥하는 것으로, 또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상대가 압박강도를 높이면 대응도 거기에 맞추는 게 상식이다. 북한이 잇단 ‘게임체인저’들로 한반도 안보를 뒤흔드는 마당에 언제까지 ‘평화 쇼’에 장단맞추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건가. 북한 미사일이 대한민국 영토 위로 날아들어야 정신을 차릴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