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NOW] 일본의 부러운 고령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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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치바현 이치가와시 어느 주택가.
#동네 분위기점심 식사를 위해 찾은 "중화요리" 식당. 지난번에는 11시쯤 와서 비교적 넉넉했으나 이번에는 12시를 조금 넘겨 간 덕분에 자리가 꽉 찾다. 하지만 도쿄 시내처럼 줄을 설 정도는 아니다.
주변에는 고등학교와 주택가 뿐. 가게는 이곳 이외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좁은 찻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면 편의점 로손이 있긴 하지만.#가게 분위기
마침 바에 1석이 남아 있어 앉았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쾌쾌한 담배연기를 맡아 보는 게 얼마 만인가? 도쿄의 웬만한 식당은 올림픽 전부터 금연으로 바뀌면서 공기가 깨끗해졌다. 가끔 담배가 되는 술집들이 있긴 하지만.
구석에 두 명의 중년 남성이 낮술을 하며 담배를 피우지만 그들 외에는 테이블 위의 신문을 읽거나 TV를 보고 있으며 일본식 "어서 오세요"라는 큰 소리도 없이 홀에는 90은 돼 보이는 구부정한 어머니가 식사 세팅 겸 주문도 받고 계산을 하신다.주방에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아들이 쉴 틈 없이 웍을 움직이며 요리를 만들고 1진에서 은퇴한 것 같은 아버지는 주방 보조역을 하신다.
예전에 봤던 일본 영화 가운데 팔에 힘이 떨어져 중화요리점을 닫게 되자 단골 고객이 맛을 지키겠다면 가게를 물려받는 장면이 떠오른다.
주방에서 라면을 완성 후 쟁반 위에 올려놓으면 90대쯤 돼 보이는 아버지가 천천히 나와 테이블까지 서빙을 한다. 핏줄이 튀어나온 앙상한 팔뚝과 구부정한 어머니에겐 쟁반을 들을 수 있는 힘이 없다.
하지만 깔끔하게 가꿔진 외모는 내 머릿속의 전형적인 일본 여성이다.2개의 테이블이 있는 홀 안쪽 방 은 신을 벗고 올라야 하는 턱이 있는데 아버지 역시 그것은 불가능해 입구에서 손님을 부르면 고객들은 "하이"라고 대답하며 냉큼 일어나 음식을 받아 옮긴다.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손님들에게 미소진 얼굴로 인사하는 노부부를 보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부럽다.
도쿄 만 해도 프랜차이즈가 많고 젊은 스텝들 중심이라 이런 풍경은 점점 사라져 간다.
일본을 처음 방문한다면 도쿄나 오사카부터 봐야 하지만 2번째라면 지방 여행을 권하는 이유다.
점점 사라져 가는 "일본스러운 풍경"을 보기 위한 여행이라면!
그나저나 노부부를 보며 '부럽다'라는 생각이 드는 나는 비정상인가?<한경닷컴 The Lifeist> Cona KIM / JAPAN NOW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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