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美증시…"다음주 FOMC·GDP·빅테크 실적이 좌우"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미국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40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소비자물가의 영향이 큽니다.

대외 여건도 불안합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러시아 침공 때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20일(현지시간) 한때 배럴당 87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아래는 한국경제TV ‘한경 글로벌마켓’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날 증시 흐름의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주시죠.


일단 장중엔 기술적 반등이 나왔습니다. 이틀동안 너무 많이 하락했던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집중 유입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중 매수 세력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폐장 직전 매물이 급증하면서 나스닥지수는 1.3%나 밀렸습니다.개장 직전 발표된 고용 지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주일 전보다 5만5000명 늘어난 28만6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예상한 22만5000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작년 말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고용이 둔화하고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다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 제공
이달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제조업지수는 전달 대비 개선된 23.2를 기록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공장 가동 등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습니다.이날 나온 기업 실적도 호조를 보였습니다.

미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의 작년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마이너스 1.42달러였습니다. 시장 예상 평균치인 마이너스 1.48달러보다 좋았습니다. 매출은 94억3000만달러로, 예상치 93억8000만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예상치 평균보다 나은 마이너스 1.60달러의 4분기 EPS를 내놨습니다. 다만 올해 항공 수요가 팬데믹(대유행) 이전이던 2019년보다는 줄어들 것이란 가이던스를 공개했습니다.미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 실적도 좋았습니다. 작년 4분기 EPS가 2.50달러로, 시장 예상(1.93달러)을 상회했습니다. 4분기 기준 알루미늄 가격이 전년 대비 50% 급등한 덕분입니다.

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의 EPS와 매출 역시 시장 기대를 웃돌았습니다. 투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 마감 직후 넷플릭스가 시장 기대를 웃돈 실적을 공개했으나 실적 가이던스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순가입자 수가 250만 명에 그칠 것으로 본 겁니다.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0% 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만, Fed의 긴축 강화 우려가 더 큰 재료로 소화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어젯밤 기자회견을 했는데, 지난 1년동안 경제 부문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회견의 골자는 팬데믹을 극복하고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좋지 않습니다. 지지율이 현재 40%대 초반으로, 취임 후 최저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습니다.

일단 방역 실패 문제로 야당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 내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80만 명에 달합니다.

경제 문제는 더 심각한데요, 작년 12월 소비자물가가 40년만에 처음 7%대를 찍었습니다. 대규모 부양책과 함께 작년부터 불거진 공급난, 물류난이 인플레이션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고 대중 무역 갈등이나 이란 핵합의 등 대외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러시아와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일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의 초점을 물가를 잡는 데 맞추고 있습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생필품 가격이 너무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도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 40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어제 연설에서도 “높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는 임무는 Fed가 갖고 있다. 꼭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성과를 낼지, 또 여론이 돌아설지는 미지수입니다. 물가가 당분간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합니다.


▶다음주에는 FOMC도 예정돼 있는데요, 이를 포함해 투자자들이 챙길 주요 일정과 이벤트도 말씀해주시죠.


다음주엔 중요한 일정들이 빼곡합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핵심은 역시 올해 처음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26일 오후 2시에 성명서가 나오고 곧바로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합니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에 테이퍼링을 완전히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으나, 통화 정책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의 입이 주목됩니다. 가파르게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얼마나 강화된 긴축 발언을 내놓는지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지표 중에선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과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가 주목됩니다.

27일 나오는 4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5%대 증가율을 기록했을 것이란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전 분기 성장률이 2.3%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연간 성장률은 5.5%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에 5%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Fed가 주시하는 PCE 근원 물가는 작년 12월 기준인데, 전달(4.7%)보다 더 뛰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11월 6.8%에서 12월 7.0%로 상승했습니다. PCE 근원 물가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다면, 차기인 3월 FOMC의 통화 정책 방향을 더 강한 긴축 쪽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가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1,2위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한국인 투자자도 많은 테슬라, 그리고 맥도날드와 보잉, 존슨&존슨,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실적을 공개합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지표·일정>

24일(월) 마킷 제조업PMI(1월, 전달엔 57.7) / 마킷 서비스업PMI(1월, 전달엔 57.6) / 실적 발표 : IBM

25일(화) 소비자신뢰지수(1월, 전달엔 115.8) / 실적 발표 :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존슨 제너럴일렉트릭 버라이즌 3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캐피털원 제록스

26일(수) FOMC 성명서(오후 2시) / 제롬 파월 Fed 의장 기자회견(오후 2시30분) / 신규주택 판매(12월, 전달엔 74만4000채) / 실적 발표 : 테슬라 보잉 AT&T 서비스나우 자일링스 라스베이거스샌즈 킴벌리-클라크 프로그레시브 코닝 월풀

27일(목) 미 GDP 증가율(작년 4분기 예비치, 전 분기엔 2.3%) /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내구재 주문(12월, 전달엔 2.6%) / 실적 발표 : 애플 맥도날드 US스틸 사우스웨스트항공 알래스카항공 제트블루항공 비자 마스터카드 셔윈-윌리엄스 맥코믹 블랙스톤 스티펠 28일(금)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12월, 전달엔 4.7%) / 개인 소비(12월, 전달엔 0.6%) / 개인 소득(12월, 전달엔 0.4%) /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1월, 전달엔 68.6) / 미시간대 5년 기대 인플레이션(1월, 전달엔 3.1%) / 실적 발표 : 셰브런 캐터필러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