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대치 러-우크라, 지지 세력 규합 외교전도 치열

푸틴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폴란드 대통령과 공조 논의
에르도안은 중재 시도…젤렌스키, 바이든 '소규모 침입' 발언에 발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로 고조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지 세력 규합을 위한 양 진영의 선전전과 외교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국제 문제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권위주의 통치자 마두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두 정상은 양자 협력 문제, 통상·경제·에너지 등의 분야에 걸친 양국 공동 프로젝트 이행, 코로나19 대응 공조 등을 논의하고, 앞으로도 양국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반해 국제무대에서 긴밀히 공조하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크렘린궁은 소개했다. 지난 10일 미국과의 안보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었던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3일 서방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가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것과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임박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관한 서방 주장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포함한 자신들의 대규모 도발 계획을 덮으려는 시도"라면서 "그것은 국제 및 지역 안보에 아주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최근 며칠 동안 영국군 수송기가 우크라이나로 무기들을 실어날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영국에서 대전차미사일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의 외교 공세에 우크라이나도 대응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안보 및 에너지 문제를 협의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외교·군사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반목해온 나토 국가 폴란드는 친서방 노선을 택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키는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면 회담을 터키에서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음 달 초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편 러시아 대응에서 미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더라도 전면전이 아닌 '소규모 침입'일 경우 대러 제재의 수위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재앙 같은 유례없는 강도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만약 '소규모 침입'(minor incursion)일 경우는 별개"라고 대응이 약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강대국들에 '소규모 침입'이나 '작은 나라' 같은 것은 없음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작은 희생이나 작은 슬픔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