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이자' 오르는데…'영끌족' 시름은 깊어진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은행의 수신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르며 그동안 외면받았던 은행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출자들의 속내는 심란하다. 예·적금 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상승을 매개로 고스란히 대출금리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은 이번주 들어 모두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4%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말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마자 수신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그 결과 은행권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연 1.51%로 한 달 새 0.23%포인트 올랐다. 이후에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 수신금리 인상을 고려하면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조만간 연 2%를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은퇴 후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자나 여윳돈을 안정적으로 은행에 맡기고 싶어하는 예금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문제는 예금 금리가 오르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도 덩달아 치솟는다는 점이다. 연결 고리에는 대출의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가 있다. 코픽스는 은행이 대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든 비용을 나타내는 지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대형 은행의 정기예금·금융채 등의 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되는데, 이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예금이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와 대출 금리도 순차적으로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한두 달의 시차를 두고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를 그대로 뒤따른다. 지난해 11월 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리자 신규 코픽스 역시 11~12월에 걸쳐 0.4%포인트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주요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와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14일 이뤄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그에 따른 은행 수신금리 인상이 다음달 코픽스에 반영되면 대출금리는 또 오를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은행들이 기준금리 상승폭 이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이는 다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자의 부담만 더 키우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구실로 금리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되는 대출은 아예 판매를 막은 상태다. 대출자 입장에선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빠른 신규 코픽스 연동 상품밖에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들이 과거에 저금리로 취급한 수신자금과 수시입출식 예금도 포함해 산출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반영 속도가 더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대출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총량 관리에 차질이 커 상품 취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리 상승기에 잔액 코픽스 기준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는 건 대출자 입장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