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물탈 시기 고민이라면…반도체 업황말고 OO 봐라"[심성미의 투자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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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보고서나 경제 기사를 읽고, 기업 재무제표도 들여다봅니다. 확신을 갖고 매수했는데 사면 내리고 팔면 올라갑니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하려 하지만, 테마주로 수십% 수익을 낸 지인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얘기입니다.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19만명(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43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금방이라도 10만원을 터치할 것 같던 삼성전자는 연말 '6만전자'라는 오명을 썼고, SK하이닉스도 고점 대비 40% 가까이 떨어졌다. 핑크빛 일색이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실적 전망에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주식 시장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돈을 불릴까요? '투자의 킥' 코너에서는 그들을 찾아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적용하는 규칙을 묻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조차 정답이 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반도체 투자 심리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10월,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이제는 주가 반락시 매수 관점'이라는 제목의 SK하이닉스 보고서는 크게 화제가 됐다. SK하이닉스의 반등 시점을 거의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10월13일(9만2000원)을 저점으로 12월30일 장중 13만3500원까지 45.11% 올랐다. 송 연구원을 만나 반도체 종목 투자법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 초 반도체 주가가 갑자기 빠진 이유를 분석한다면.
"주가는 주당 순이익(EPS) 같은 주당 가치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밸류에이션 배수를 곱해서 나오는 숫자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작년 3월엔 반도체 가격도 오르고 있었고,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실적도 상향조정되고 있었다. 주당 가치가 좋았었다는 거다. 그런데도 주가가 빠졌다. 밸류에이션 배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그게 무슨 뜻인가.
"밸류에이션 배수가 왜 빠졌을까? 밸류에이션 배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경기 전망치와 증시의 유동성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글로벌 유동성 증감률과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가 있다. 앞으로 경기가 어떨지 안내해주는 지표들이다.
지난해 3월부터 글로벌 유동성 지표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미국 ISM 제조업 지수도 떨어졌다. 경기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배수가 내려갔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다음 분기의 반도체 가격 전망이나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올라가는 것만 보고 투자했다면 당황스러운 한 해였을 수 있다.▶경기 전망과 반도체 주가가 동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향후 경기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의 전방 산업은 PC나 스마트폰 등이다. 가처분 소득이 여유있고 경기가 살아나야 수요가 늘어난다. 반도체 주가에 대한 변곡점을 찾을 때 반도체 가격이나 실적보다 경기 지표를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
▶보통 반도체 주가는 업황을 6개월가량 선행한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6개월 뒤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 같으니 지금 사야한다'같은 얘기를 증권가에서 많이 한다. 그런데 반도체 주가가 업황을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지표가 업황을 선행하는 것이다. 미 ISM제조업 지수나 글로벌 유동성 지표가 6개월 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주가는 이런 경기 지표와 동행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치 주가가 업황을 선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줄곧 '아직 매수할 때는 아니다'라는 전망을 내놓다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매수 의견을 냈다.
"9·11 테러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큰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의 PBR은 늘 0.9~1.0배 사이였다. 삼성전자도 1.0~1.1배 사이다. SK하이닉스의 전저점 주가(9만1500원)를 올해 예상 주당 순자산가치와 비교하면 PBR 0.93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더 빠질 수 없는 구간'까지 주가가 내려가버린 것이다. ISM제조업 지수도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했다. 9.11테러같은 긴급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없다는 판단에 밸류에이션 콜을 낸 것이다."▶지금은 저점 대비 꽤 많이 올라왔다.
"현재 반도체 주가는 역사적 평균 배수 수준으로 올라왔다. SK하이닉스가 PBR 1.3배, 삼성전자는 1.6배 수준이다. 과거에도 주가가 이 수준으로 올라오면 다시 반락하거나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조정이 끝나고 나면 추세적 상승이 이어진다. 지금은 '향후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평균 배수를 뚫고 올라갈 수 있다. 반면 경기가 좋지 않을거란 시그널이 생기면 주가는 다시 내려앉을 것이다.
미국은 조기 양적 긴축을 서두르는 한편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매파적 성향과 중국의 비둘기파적 성향이 맞붙어 어떤 쪽이 증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인 상황이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 반도체 주가 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가 올라올 수 있다."▶지금은 사야할 때인가, 팔아야할 때인가.
"판단하기 유독 어려운 시기다. 글로벌 유동성 증감율은 지난해 3월부터 빠지기 시작해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미 ISM제조업지수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가는 평균 배수 수준이다.
그럼에도 추세적 상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역사적 흐름 상 그랬다. 반도체 주가가 평균배수 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반등하면 다시 짧은 하락 기간을 거친다. 조정이 끝나면 다시 추세적 상승으로 돌아선다. 지금은 반등이 막 마무리가 된 상태다. 그래서 장기 투자할 마음만 있다면 하락할 때 저점 매수하라고 말하고 있다."▶지금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지표는?
"당분간은 연말과 연초 PC와 스마트폰 실 판매량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3분기 말까지 부진했던 PC, 스마트폰 출하량이 4분기에 확 늘었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대만 노트북 ODM 빅5 업체의 11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늘린 출하량이 시장에서 다 소화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2월까지 판매량이 중요하다. 늘어난 출하량이 소화되지 못하면 재고가 쌓이게 된다. 2월까지의 IT 제품 판매량이 2월 이후의 현물 가격이나 반도체 수요를 결정할 것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