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축구에 '한국인 지도자' 열풍…말레이시아로 가는 김판곤

베트남의 박항서·인도네시아의 신태용 이어 '한국인 감독 전성시대'
동남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도 한국인 지도자가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김판곤 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해당 위원장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이 끝나고 말레이시아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한국인 지도자는 적지 않다.

1973년 고(故) 장경환 감독이 네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이 시작이 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많은 지도자가 나라 밖으로 향했다.

고 강병찬(부탄) 감독을 비롯해 유기흥(네팔·부탄), 최영준, 권오손(이상 브루나이), 김신환(동티모르), 김상훈(괌), 장정(스리랑카), 이태훈(캄보디아), 박성화(미얀마) 감독 등이 해외에서 대표팀을 지도했다.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대표팀을 맡긴 곳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축구 열기가 뜨거운 동남아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아시아 강국인 한국 축구의 수준과 한국인 지도자들의 경쟁력 및 성실함에서 찾는다.

아시아 축구 수준과 문화, 환경을 잘 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인 지도자의 해외 진출은 2017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살아났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인 지도자의 동남아 진출에 기폭제가 됐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사상 첫 준우승을 이끈 박 감독은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의 첫 4강 진출을 일궜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은 2018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이라는 쾌거도 이뤘다.

이어 2019년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서 6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회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등 '박항서 매직'을 이어왔다.

박 감독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신 감독은 올 초 끝난 스즈키컵에서 비록 역대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인 지도자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였다.

이제 김판곤 위원장이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동남아 축구 무대에서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대표팀 간 맞대결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사령탑 부임을 비롯해 한국인 지도자와 선수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에 크게 기여해온 디제이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이제 한국인 지도자가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박항서 감독의 성공 이후 동남아에서는 성적에 대한 믿음 등으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면서 "박 감독을 통해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켜보게 된 다른 나라들도 베트남의 사례를 빠르게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