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족은 '김일성민족'?…'핵실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김정은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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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의 탄생 110돌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탄생 80돌을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성대히 경축함으로써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남김없이 떨쳐야 한다.”
지난 21일자 북한 노동신문 사설입니다. 북한이 통상 한민족을 부를 때 사용하는 ‘조선민족’도 아닌, ‘김일성민족’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대화를 할 때 항상 ‘민족’을 앞세우지만 정작 양측이 바라보는 민족의 개념은 다르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북한이 주구장창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에서 ‘우리민족’은 전통적 의미의 민족이 아닌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민족의 의미까지 내포돼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 폐기를 선언한 다음날 벌써 ICBM 발사 징후까지 포착된 것입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꼽은 △ICBM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ICBM 실험 △핵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군당국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주로 열병식을 연습해온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병력 움직임도 활발해졌습니다. 북한이 ‘광명성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다음달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를 노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니 미국과 맞서는 중국 편에 있으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대화하기 위해 도발한다는 논리는 냉전 직후 ‘단극체제’였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나 먹힐 수 있다”며 “북한은 지금 미·중 양국 간 신냉전이란 걸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극 체제에서 북한이 핵 포기라는 백기를 투항하는 것은 완전한 미국의 우방국이 되는 경우밖에 없다”고 덧붙입니다. 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 아니란 설명이죠.중국은 이에 호응한 듯 열심히 북한 비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 개인 5명을 대북 제재 대상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지만 중국은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보류를 요청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이날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제안에 보류를 요청합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컨센서스)를 통해서만 의사결정하는데 이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의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는 불가능해집니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요청으로 추가 제재안은 6개월간 보류됩니다. 중국은 시간을 두고 더 검토하자는공식 입장이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중국을 ‘뒷배’로 한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다음달 4일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 전까지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관측입니다.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5년 전 긴장의 시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지난 21일자 북한 노동신문 사설입니다. 북한이 통상 한민족을 부를 때 사용하는 ‘조선민족’도 아닌, ‘김일성민족’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대화를 할 때 항상 ‘민족’을 앞세우지만 정작 양측이 바라보는 민족의 개념은 다르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북한이 주구장창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에서 ‘우리민족’은 전통적 의미의 민족이 아닌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민족의 의미까지 내포돼있는 것입니다.
돌연 날라온 '핵 모라토리엄'도 깰 수 있다는 협박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8기 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해볼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20일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을 선언한 뒤 4년여간 유지해온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잠정 유예)을 깰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싱가포르 조·미(미·북)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은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주장합니다.이같은 ‘폭탄선언’이 나온 시점도 묘합니다. 노동신문의 이 보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날 나왔습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다음날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 소집까지 요청된 상황이었습니다. 북한은 또다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문제 삼습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고 말이죠.국가정보원은 다음날인 지난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직후 해체했다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인 2019년 복구한 동창리(미사일 발사시설)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를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은 2018년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가 방치된 상태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아직까지 특이 동향이 없다고 보고했다”며 “작년 7월 일부 재가동 동향이 포착된 영변 5㎿ 원자로는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북한이 모라토리엄 폐기를 선언한 다음날 벌써 ICBM 발사 징후까지 포착된 것입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꼽은 △ICBM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ICBM 실험 △핵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군당국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주로 열병식을 연습해온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병력 움직임도 활발해졌습니다. 북한이 ‘광명성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다음달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벌써 4번 쐈는데... 또?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올 들어서만 네 번 이뤄졌습니다.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고, 14일과 17일에는 각각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씩 쐈습니다. 열이틀 새 6발을 쐈으니, ‘이틀에 한 발꼴’입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를 노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니 미국과 맞서는 중국 편에 있으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대화하기 위해 도발한다는 논리는 냉전 직후 ‘단극체제’였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나 먹힐 수 있다”며 “북한은 지금 미·중 양국 간 신냉전이란 걸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극 체제에서 북한이 핵 포기라는 백기를 투항하는 것은 완전한 미국의 우방국이 되는 경우밖에 없다”고 덧붙입니다. 더 이상 대북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 아니란 설명이죠.중국은 이에 호응한 듯 열심히 북한 비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 개인 5명을 대북 제재 대상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지만 중국은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보류를 요청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이날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제안에 보류를 요청합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컨센서스)를 통해서만 의사결정하는데 이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의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는 불가능해집니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요청으로 추가 제재안은 6개월간 보류됩니다. 중국은 시간을 두고 더 검토하자는공식 입장이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중국을 ‘뒷배’로 한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다음달 4일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 전까지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관측입니다.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5년 전 긴장의 시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