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다음주 FOMC+애플 실적, 뉴욕 증시 방향 결정한다

뉴욕 증시의 반등은 사흘 연속 실패했습니다. 21일(현지시간) 다우는 1.3%, S&P500 지수는 1.89% 하락했고 나스닥은 2.72%나 떨어졌습니다. 장 초반 반등 시도가 이어졌지만,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압도했습니다. 또 이날 옵션만기일을 맞아 변동성은 더 커졌습니다.
미국 증시는 3주 연속 하락했고, 이번 주에만 다우는 4.58%, S&P500은 5.68%, 나스닥은 7.55% 내렸습니다. S&P500 지수의 주간 하락 폭은 팬데믹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사상 최고치로부터 따지면 S&P500 지수는 8.6% 떨어졌고 나스닥은 15.5% 내렸습니다. 전날 에버코어ISI는 "나스닥의 20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진 것은 단기적 테스트 가능성을 연다. S&P500 지수가 200일 이평선(4425)에서 중기바닥을 찾으리라는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하루 만에 S&P500지수는 4397로 마감되어 200일 이평선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주식이 떨어지자 채권 금리도 급락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를 냉각시켰는데, 증시가 폭락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에선 올해 들어 단기 낙폭이 너무 컸던 만큼,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구원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음 주가 1분기에 가장 중요한 주간이 될 수도 있다"라면서 "FOMC와 애플 등 기술주 실적이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① FOMC는 매파적이지 않을 것이다

오는 25~26일 Fed는 FOMC를 개최합니다. 회의 결과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27일 새벽 4시)에 발표되며 제롬 파월 의장은 오후 2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갖게 됩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1월 '깜짝' 금리 인상 △1월 테이퍼링 조기 종료 △3월 50bp 인상 △봄부터 대차대조표 축소 △올해 7회 이상 금리 인상설 등 Fed가 더 강력하게 긴축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3월 자산매입 종료 △올해 내내 금리 인상 △ 올해 말 어느 시점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허용 등을 밝혔습니다. 이런 파월 의장의 어조가 좀 더 매파적으로 변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이날 투자 메모에서 ”Fed가 '곡선 뒤에 히스테리하게 뒤처져 있다'라는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라며 정말 50bp(1bp=0.01%포인트)를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점도표에 나온 것 같은 올해 세 번의 금리 인상이 아니라 대여섯 번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ING는 이번 회의에서 채권매입을 3월보다 빨리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7%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채권을 계속 사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헤리티지재단에서도 모기지 채권 매입은 즉시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이런 주장들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아직 월가 컨센서스는 아닙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에 따르면 1월에 금리를 올릴 기능은 5.6%에 불과합니다. 3월에 50bp를 높일 가능성도 5.0%입니다.
블룸버그가 45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1월 14~19일)한 바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3월에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다수가 3월 25bp 인상을 전망했고, 두 명만 50bp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또 다수가 올해 3차례 인상을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산매입에 대해서도 대다수는 3월 종료 일정을 유지할 것으로 봤지만, 몇몇(a few)은 한 달 앞당겨 2월에 끝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또 대차대조표 축소 시작 시기에 대해서는 40%가 7~9월이라고 예상했고, 29%는 4~6월을 전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 금리 인상은 확실하고 결국 이번 회의의 핵심은 대차대조표를 언제 얼마만큼 줄이기 시작할 것이냐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파적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파월 의장도 시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며 "어차피 곡선에서 뒤처진 것은 확실하고 시장이라도 망치면 안 되지 않겠냐"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융여건(Financial condition)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가 주가와 환율입니다.

이 관계자는 "Fed가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공급망 문제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도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ING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강력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면 천연가스, 원유, 알루미늄, 밀 등 러시아 수출이 많은 원자재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물가가 높아질 때 Fed가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만 냉각시킬 수 있습니다.
블랙록의 엘가 바티시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을 모두 안정시킬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일한 미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책인 '빌드백배터'(BBB) 법안 협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전날 "협상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3월이 사실상의 한계선인 상황에서 처음부터 협상한다면 과연 통과될 수 있을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BBB 법안은 협상을 통해 많아야 애초 규모(1조7500억 달러)의 절반 정도가 통과될 것으로 본다. 이런 작은 BBB 법안은 2022년 국내총생산(GDP)을 원래 추정한 50bp가 아니라 15~20bp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채권 금리는 한때 연 1.73%까지 급락했다가 1.75%에서 마감됐습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함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정학적 위험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② 애플 등 거대기술주 실적은 좋을 것이다
나스닥에서는 고점에서 50% 이상 떨어진 주식이 42%에 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날 넷플릭스가 21.79%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순익을 발표했으나 올해 1분기 구독자 증가 추정치가 월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친 25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가입자 수 정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꺾이고 나면 팬데믹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펠로톤 등 최근 크게 급락한 기술주는 대부분 팬데믹 수혜주들입니다. 팬데믹 때와 같은 이익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 탓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주식은 이들 팬데믹 수혜주와는 다를 것이란 게 월가 일부의 기대입니다. 마침 다음 주 이들 초대형 기술주를 포함해 S&P500 기업 중 100개 이상의 기업이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25일 마이크로소프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26일 테슬라 램리서치 인텔 자일링스, 27일 애플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담당 애널리스트는 "2022년 첫 3주 동안 기술주는 이미 3~4회 금리 인상, Fed의 테이퍼링, 큰 폭의 밸류에이션 재설정, 2022년 완만한 성장 예상 등을 모두 겪었다"라면서 "우리는 다음 2주 동안 FAANG, 소프트웨어,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역전시킬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술주는 재택관련주(줌, 넷플릭스, 다큐사인 등)와 디지털 혁신 승자(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으로 나누어져야 한다"면서 "재택관련주는 주가 멀티풀(주가수익비율) 압축 및 성장 둔화를 겪겠지만 소프트웨어·반도체 주식은 기술주 반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2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2022년 가이던스를 내놓으면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바뀔 수 있다. 실적 발표가 기술에 대한 긍정적 촉매제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웰스파고의 애런 레이커스 애널리스트도 이날 애플 목표주가를 165달러에서 205달러로 높였습니다. 공급망이 개선되고 있고 강력한 최종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향후 AR/VR과 자동차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UBS는 이들 거대기술주 매수에 대해 유보적입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술주에 대한 선택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포트폴리오가 메가캡(시가총액 상위종목)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균형을 재조정하고, 기술의 ABC(AI, 빅데이터, 칩)에서 높은 잠재적 장기 성장을 추구할 것을 조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주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520억 달러를 지원토록 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면서 장 초반 급등했으나 반락했습니다.

과연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되돌릴만한 실적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난 며칠간 주가 급락에는 4분기 실적 발표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등이 비용이 급증한 걸 공개한 뒤 급락한 데 이어 이날 발표된 기업 실적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됐습니다.
PPG인더스트리(PPG)는 4분기 매출은 12%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제품 가격을 8% 올렸지만, 원자재 비용이 전년 대비 30%나 높아진 탓입니다. 이 회사는 "상당히 더 높은 운영비용"을 탓하며 1분기 가이던스도 낮췄습니다. 또 CSX(CSX)도 4분기 운영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 유통업체인 타겟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전미소매협회(NRF) 행사에서 "역사적으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행동했던 방식이 2022년 나타날 것"이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지출 패턴을 탈선시킬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비자들이 비싼 휘발유를 아끼기 위해 여행을 줄이고, 유명 상표 제품보다 유통사 자체 상표 제품을 사고, 외식을 줄이기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UBS는 이날 미국 소매판매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해 4월까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 7%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가계의 실질 소득은 지난 12월 2.4%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가격을 충분히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적을 추정해놓았습니다. 이런 추정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지는 않더라도 지난해처럼 분기마다 계속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1조3000억 달러(명목)가 걸린 옵션 만기 부담이 사라졌다

이날은 옵션만기일이었습니다. 특히 1월 옵션에는 많은 돈이 걸려있었습니다. 기초자산을 기준으로 무려 3.3조 달러에 달하는 옵션이 이날 만기를 맞았습니다. 이중 1.3조가 테슬라 등 개별주식 옵션이었습니다.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이런 파생상품에 걸린 막대한 자금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시장 변동성이 컸던 데에는 이런 역대급 옵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제 이런 옵션 오버행이 지나갔다는 겁니다. 다음 주는 FOMC와 애플 등 100여 개 기업의 실적 발표 외에도 27일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됩니다. 5%대 후반이 예상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28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및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될 것입니다. ECI 지수가 높게 나온다는 건 임금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계속됨에 따라 이번 주에도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