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속 평화 바랐던 틱낫한…남북한 형제애 강조

베트남전 반대활동에 오랜 망명 생활…한국 찾아 평화메시지 전파도
22일(현지시간) 열반한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은 그가 생전 많은 이에게 전하고자 했던 수행법이다.

이는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호흡명상을 통해 지금, 이 순간 평화로움을 얻는 것이다.

틱낫한은 실천적인 사회운동을 벌이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 선구자로도 평가받는다. 평생에 걸친 수행과 사회활동,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그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인 '생불'(生佛)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는 1926년 베트남 중부에서 태어나 16세에 출가하며 수행자의 길에 들었다.

베트남 여러 수행처에서 공부한 틱낫한은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 강의를 하며 연구를 병행했다. 1964년 베트남으로 돌아온 뒤로 불교 평화운동과 사회활동을 주도했다.

1965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하며 전쟁이 본격화하자 해외 지도자들에게 반전 목소리를 담은 편지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틱낫한은 미국에서 킹 목사를 만났다. 스님의 평화운동에 감명받은 킹 목사는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1966년 미국 대학 초청으로 베트남을 떠났던 틱낫한은 그의 활동을 문제 삼은 남북 베트남 정부 모두가 귀국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오랜 망명 생활에 들어갔다.

1973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1982년 자신을 따르는 수행자들과 함께 프랑스 남부에 명상 공동체인 '플럼 빌리지'를 세웠다.

명상센터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수행을 알리면서 매년 1만 명 이상의 수행자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틱낫한은 고국을 떠난 지 39년 만인 2005년에야 베트남 입국이 허용됐다.

이후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마음챙김 수행을 알렸다.

2014년 뇌졸중으로 병약해진 그는 2018년 여생을 보내고자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요양 속에 노년을 보냈던 그는 이날 자정께 피안의 세계로 들었다.

틱낫한은 생전 100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했다.

그중 2000년대 초 국내에 소개된 '화'(anger) 등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2003년 방한한 그는 불교계 인사들은 물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 강연 등에 나섰다.

틱낫한은 방한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두 개의 한국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이다.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형제로서 남한이 먼저 '싸우지 말자'고 제안하라"고 남북한 형제애 속에 남한의 선제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