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욱 "뮤지컬 '팬레터', 처음으로 메소드 경험하게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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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남자 작가 사랑하는 세훈 역…"동료들, '왜 이제 왔냐' 해"
"아이돌 출신 프레임 없이 봐줬으면…슈퍼주니어는 가장 큰 프라이드" 뮤지컬 '팬레터' 주인공 정세훈은 연기하기 꽤 까다로운 역할이다. 열아홉 살 소년의 순수하고도 절절한 사랑을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상대가 남자이기까지 하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팬레터'는 이상, 김유정 등으로 구성된 문인 모임인 구인회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훈은 천재 작가 김해진을 동경한 나머지 자신을 여자 작가 지망생 히카루라 속이고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히카루와 사랑에 빠진 해진을 지켜보며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진실을 밝힐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지난달 개막한 사연에서 세훈 역을 연기하고 있는 그룹 슈퍼주니어 려욱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역을 통해 처음으로 메소드를 경험했다"며 "너무 깊게 몰입해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처음엔 부담스럽고 무서운 마음이 커서 여유로운 동료들과 달리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뭔가 억지로 스며들려고 발악하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함께하는 배우분들은 제가 세훈 역에 무척 어울린다면서 '왜 이제야 왔니?'라고 하더라고요.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
그는 캐릭터에 빠져 살다 보니 MBTI(성격유형검사) 결과까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소심하고 연약하고 차분한 세훈의 성격과 닮아간 것이다.
자기 역할 뿐만 아니라 해진을 비롯한 칠인회 멤버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허한 기분도 든다"고 했다. 김태형 연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려욱을 세훈 역으로 점찍어놨다고 한다.
려욱도 당시 이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30대인 그가 10대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세훈은 마냥 10대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이 때문에 부담감이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 역시도 불안한 10대의 시간을 지났잖아요.
노하우와 경험도 쌓였고요.
오히려 나이가 든 사람이 10대 역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목소리 또한 장점이지 않을까요.
하하."
슈퍼주니어의 메인보컬인 그는 소년 같은 바르고 고운 목소리가 돋보인다.
'팬레터'에서도 다양한 넘버를 통해 세훈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눈물이 나'에서는 꿈에 그리던 해진을 만나 한껏 설레는 마음을 노래하고, '거짓말이 아니야'로는 또 다른 인격인 히카루를 소환해 거짓말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넘버에 따라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려욱은 넘버 가사에 "시적인 표현이 많아서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2011년 첫 작품 '늑대의 유혹'을 선보인 려욱은 지난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룹 활동 중간중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가사', '광염소나타', '메리셸리' 등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공연 직전 대사를 다 읽고 노래들도 다 부른 뒤에야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똑같다"면서도 "다만 임하는 자세가 약간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편견은 그대로인 듯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제 부모님께서도 '가수치곤 잘했네',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연기도 잘하네'라고 가볍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뮤지컬 무대에 설 때만큼은 아이돌이라는 틀을 벗어놓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
그러면서 "슈퍼주니어는 제 가장 큰 프라이드고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팬레터' 공연이 끝나면 슈퍼주니어 활동에 들어갔다가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최근 본 댓글 중에 려욱이 연기나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감동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기술적인 것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관객이 느끼는 게 있다면 그게 좋은 배우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관객을 납득시키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 /연합뉴스
"아이돌 출신 프레임 없이 봐줬으면…슈퍼주니어는 가장 큰 프라이드" 뮤지컬 '팬레터' 주인공 정세훈은 연기하기 꽤 까다로운 역할이다. 열아홉 살 소년의 순수하고도 절절한 사랑을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상대가 남자이기까지 하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팬레터'는 이상, 김유정 등으로 구성된 문인 모임인 구인회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세훈은 천재 작가 김해진을 동경한 나머지 자신을 여자 작가 지망생 히카루라 속이고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히카루와 사랑에 빠진 해진을 지켜보며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진실을 밝힐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지난달 개막한 사연에서 세훈 역을 연기하고 있는 그룹 슈퍼주니어 려욱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 역을 통해 처음으로 메소드를 경험했다"며 "너무 깊게 몰입해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처음엔 부담스럽고 무서운 마음이 커서 여유로운 동료들과 달리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뭔가 억지로 스며들려고 발악하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함께하는 배우분들은 제가 세훈 역에 무척 어울린다면서 '왜 이제야 왔니?'라고 하더라고요.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
그는 캐릭터에 빠져 살다 보니 MBTI(성격유형검사) 결과까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소심하고 연약하고 차분한 세훈의 성격과 닮아간 것이다.
자기 역할 뿐만 아니라 해진을 비롯한 칠인회 멤버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허한 기분도 든다"고 했다. 김태형 연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려욱을 세훈 역으로 점찍어놨다고 한다.
려욱도 당시 이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30대인 그가 10대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세훈은 마냥 10대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이 때문에 부담감이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 역시도 불안한 10대의 시간을 지났잖아요.
노하우와 경험도 쌓였고요.
오히려 나이가 든 사람이 10대 역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목소리 또한 장점이지 않을까요.
하하."
슈퍼주니어의 메인보컬인 그는 소년 같은 바르고 고운 목소리가 돋보인다.
'팬레터'에서도 다양한 넘버를 통해 세훈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눈물이 나'에서는 꿈에 그리던 해진을 만나 한껏 설레는 마음을 노래하고, '거짓말이 아니야'로는 또 다른 인격인 히카루를 소환해 거짓말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넘버에 따라 다른 결의 목소리를 내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려욱은 넘버 가사에 "시적인 표현이 많아서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2011년 첫 작품 '늑대의 유혹'을 선보인 려욱은 지난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룹 활동 중간중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아가사', '광염소나타', '메리셸리' 등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공연 직전 대사를 다 읽고 노래들도 다 부른 뒤에야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똑같다"면서도 "다만 임하는 자세가 약간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편견은 그대로인 듯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제 부모님께서도 '가수치곤 잘했네',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연기도 잘하네'라고 가볍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뮤지컬 무대에 설 때만큼은 아이돌이라는 틀을 벗어놓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
그러면서 "슈퍼주니어는 제 가장 큰 프라이드고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팬레터' 공연이 끝나면 슈퍼주니어 활동에 들어갔다가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최근 본 댓글 중에 려욱이 연기나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는 감동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기술적인 것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관객이 느끼는 게 있다면 그게 좋은 배우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관객을 납득시키는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