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담을 펀드 줄섰다…첫날 급등할 듯"

상장 D-2…향후 수급 전망은

MSCI·코스피200·2차전지 등
지수편입 일정 줄줄이 잡혀
1조2000억 넘는 자금 유입
시가총액 커 '따상"은 어려울 듯

삼성전자·SK하이닉스엔 '불똥'
수급 악화로 조정폭 커질 수도
사진=연합뉴스
27일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수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영향력이 커지면서 상장 초기에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기계적 수급에 따라 주가가 널뛰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통물량 부족으로 상장 초반에는 주가가 급등한 뒤 주요 지수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적정 주가를 찾아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1조원대 패시브 자금 유입 전망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당일 높은 주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유통주식 비율이 전체 주식 수의 9.47%로 적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2~3위 종목을 담지 못할 경우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가 되는 코스피지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기관투자가가 앞다퉈 주식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따상’(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공모가 대비 160% 수익률)에 대한 전망은 회의적이다. 유통주식 비율은 낮지만 시총 자체가 70조원으로 워낙 크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유통주식 비율과 시가총액을 모두 고려한 유통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장 첫날 수익률을 전망했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유통시가총액이 7조원인데, 이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사이 규모”라며 “산출된 회귀식에 따르면 유통시가총액이 7조원일 때 공모가 대비 주가수익률은 57%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주가 수익률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과거 사례를 통해 기준선을 제시한 것이다.

상장 이후에는 지수 편입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 9일 FnGuide2차전지산업지수, 14일 MSCI EM(신흥국) 지수와 MSCI ACWI(전 세계) 지수, 오는 3월 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 지수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 유입되는 자금은 1조2592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9~14일 사이 상승 사이클 올까

시장 상황 등 외부 변수를 제외하고 수급만을 고려한 투자 전략도 있다. KODEX 2차전지산업 ETF와 TIGER 2차전지테마 ETF 등은 다음달 9일부터 2~3거래일에 걸쳐 LG에너지솔루션을 담을 예정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당 ETF가 종목 변경을 하는 다음달 9일부터 MSCI 정기변경(14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한 차례 상승 사이클이 나올 수 있다”며 이 시기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이 시기 LG화학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ETF가 물적분할 후 재상장한 기업의 경우 기존에 편입돼 있던 모회사를 편출하고 자회사를 신규 편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두 ETF의 LG화학 순매도 금액은 약 362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시기의 LG화학 주가 하락을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오르고 LG화학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이는 펀더멘털에 따른 주가 변화가 아니라 단순 수급에 따른 변화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급등한다면 LG화학 보유 지분 가치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3월 10일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커질수록 LG에너지솔루션이 비싸다고 판단한 기관투자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LG화학을 매수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매도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상장 주간 지수·삼성전자 하락 가능성

몸집이 큰 대형주가 지수에 새로 편입되는 만큼 시총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낙 물량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기존 주식을 매도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코스피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투자 주체는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기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의 4.7%를 비워야 한다”며 “지수 내 비중이 큰 종목일수록 조정해야 하는 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