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 주택 350만채인 서울에 107만채 더 짓겠다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존 공약(250만 가구)에 추가로 61만 가구를 보태 총 311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 서울에 공급할 물량은 107만 가구로, 현재 서울 총 주택 수(350만 가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평균 6만 가구인 1기 신도시를 서울시내에 18개나 새로 짓겠다는 얘기다. 과연 5년 임기 동안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인지 의아하다. 이젠 대단위로 집을 지을 땅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한참 떨어진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한 것도 현실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묻고 더블로’식 경쟁을 벌여서는 곤란하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실패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대안이 ‘뻥튀기 공약’은 아닐 것이다. 이 후보도 무리수란 점을 부인하기 어려웠는지, “임기 내 공급은 당연히 쉽지 않다”고 한발 빼고, “정부 계획이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만 했다. 이러면 ‘아니면 말고’식 자가당착이 아닌가. ‘임기 내’라고 명확히 한 윤 후보에 비하면 이 후보는 ‘퇴로’부터 만든 셈이다.내용을 봐도 김포공항 주변(8만 가구)은 항공기 소음 문제, 용산공원 및 주변 미군 반환부지(10만 가구)는 난개발 우려로 사업 진척을 자신하기 어렵다. 이미 주민 반발로 태릉·과천 개발계획이 번복된 사례도 있었다. 이 후보는 “치열한 내부 논쟁과 검토가 있었다”고 했으나, 정작 눈에 띄는 건 ‘311만’이란 숫자뿐이다. 엄청난 과학적 작업을 한 것처럼 1만 단위까지 밝히는 홍보 노력만 돋보인다.

집값 안정을 위해 충분한 주택 공급을 강조하더라도 ‘숫자 부풀리기’는 경계해야 한다. 이 후보 공약 중 분양가 상한제 확대와 공공주도 개발에 강조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샤워실의 바보’처럼 뜨거운 물(공급대책)과 찬물(규제책)을 번갈아 틀어 시장 혼란을 더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5년간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고통받은 국민에 대한 사죄는 시장 안정대책을 차분히 세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도세·보유세 폭탄 등 문제점을 바로잡고, 현 정부가 외면한 도심 속 양질의 주택 공급대책을 실속있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1800조원의 가계부채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