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금리인상 막을 소방수는 과도한 부채…왜?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코로나19로 폭증한 부채가 금리상승 제어 가능성
FOMC와 PCE 지표...애플+T·M·I 실적 주목
여전히 긴축 공포가 세계 증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금리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특히 그렇습니다.

긴축 속도와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3대 지수 모두 3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금리 인상 예상 횟수는 3회에서 4회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첫 인상 시기도 6월에서 3월로 당겨졌습니다. 아예 1월부터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예상폭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죠. 뿐만 아니라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종료와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불안감이 확산하는 건 모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이번 주엔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울 소방수가 필요합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는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실적을 발표하는 빅테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귀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지표와 성장 지표를 통해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언젠가는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Fed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12월 개인소비지출(PCE)과 미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그 희망을 확인시켜줄 것 같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25일)에서도 성장률 전망 추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캐나다와 남아공, 헝가리, 칠레 등이 이번주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빅이벤트가 많아 '슈퍼위크'로 불릴 만한 이번주에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인플레이션과 부채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금리인상 지각생이 된 미국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기준금리는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두면 물가가 급등해 경제 구조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심하면 카자흐스탄처럼 폭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에서 기준금리를 빨리 올릴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주요 국가 중 최상위권입니다. G20 중에선 여섯번째로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대명사로 통하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러시아 브라질 터키를 빼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인플레이션 강도만 놓고 보자면 미국은 진작에 금리를 올려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Fed가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금리 국가인 일본과 스위스를 빼면 가장 낮습니다. 이 때문에 Fed가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긴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파월 의장의 18번이었던 '일시적'이라는 말이 맞는다면 좋겠지만 이제는 흘러간 옛노래가 됐습니다.


무조건 '8282' 한국

이에 비해 한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빠릅니다. 미국에 비하면 거의 빛의 속도입니다. 개발도상국을 빼면 가장 빠른편에 속합니다. 브라질과 비슷한 속도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주요 24개국 중 18번째로 낮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양호한데 금리는 엄청 빨리 올리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브라질이나 멕시코처럼 자본 유출을 막기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부동산입니다. 한국만의 특수성이기도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큽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을 막고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기획재정부나 청와대에서 "경기회복에 도움이 안된다"며 금리 인상을 반대하던 모습을 이번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환영의 뜻을 보였죠.


이번주에 대세가 될 '금리인상'

금리 인상 지각생인 미국이 뒤늦게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이미 몇몇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1월 기준금리 인상설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1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5%에 불과합니다.
이번 FOMC는 '3무(無) 회의'입니다.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없습니다. 공석인 두 명의 부의장도 없이 FOMC 회의를 합니다.

이번엔 파월 의장의 입을 주목해야 합니다. 26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 있을 간담회 때 '3월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인상 동시 실시'에서 생각이 바뀌었는 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앞서 파월 의장은 연말 정도로 얘기했습니다
미국과 별도로 금리 인상 소식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이번주에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헝가리(25일)와 캐나다(26일), 칠레(26일), 남아공(27일), 콜롬비아(28일)가 이번주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막대한 부채가 빠른 금리인상 막을 것"

세계 각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을 갉아 먹을 지 알면서도 발등의 떨어진 불을 끌 수밖에 없어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신흥국들은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구(IMF) 총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부 국가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특히 달러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까요. 즉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나 한국 모두 3% 이상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요. 그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켰습니다. 그 결과 2년간 세계적으로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정부부채 뿐 아니라 가계부채도 많이 늘었습니다. 빚내 집을 사고 주식을 매입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모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폭등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어납니다. 정부든 가계든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정부는 재정흑자나 무역흑자를 이루지 못하면 계속 달러를 찍고 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투자은행들이 올해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중립금리는 Fed의 예상수준인 2~2.25%로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채 기준으로만 보면 중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비해 '저금리, 고물가 시대'에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정도입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Fed의 '금과옥조' PCE와 빅테크 실적 주목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볼 수 있는 지표가 28일에 나옵니다. 12월 개인소비지출(PCE)입니다. 앞서 이달 초 나온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PCE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인플레이션과 견줘볼 미국 4분기 GDP 속보치는 27일에 발표됩니다. 그 전에 IMF가 25일에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어떻게 조정할 지도 주목됩니다.

이번 주는 본격적인 어닝 시즌입니다. 다우지수에 편입된 절반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25일)를 시작으로 테슬라(26일), 애플(27일) 등의 빅테크 실적이 나옵니다.결과적으로 긴축에 대한 불안감을 실적 개선과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으로 메울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주 지수의 향방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